한국, ‘다인종·다민족국가’ 상응한 정책 서둘러야 / 박준수
2024년 04월 03일(수) 19:35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한국이 금년 들어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 OECD기준 ‘다인종·다민족국가’에 진입했다. 광주의 외국인 비율은 3%를 차지하고 있다. 동별로는 산업단지가 있는 광산구 평동이 가장 많고 월곡동이 뒤를 잇고 있다.

월곡동은 중앙아시아 출신 동포들이 모여사는 고려인마을이 특색을 이룬다. 뿐만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이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외국어 간판과 낯선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지나는 주택가 거리는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월곡2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필리핀 이주여성 리카(Rica 46)씨가 강의하는 영어회화 교실이 내국인과 외국인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목·금요일 오전 10시-12시까지 열리는 영어회화 교실에는 한국인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몽골 등 아시아권 이주민도 참여하고 있어 ‘작은 지구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2년 전 이 회화반에 등록하면서 리카 씨를 만나게 됐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대학 졸업 후 20대 젊은 나이에 한국에 이주한 친척의 주선으로 광주로 시집오게 됐다.

그녀가 2005년 결혼했을 때 남편은 트럭 운전사였으며, 시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안 계셨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그녀도 맞벌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고등교육까지 마친 터라 영어 구사가 원활해 유치원에서 영어 원어민 강사로 일하게 됐다.

그녀의 성실한 태도와 경력이 더해지면서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해 현재는 일주일에 23개 강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커뮤니티센터와 학원 각각 3곳, 개인과외 등 스케줄이 빽빽하다.

어떤 날에는 여러 곳의 강의 장소로 이동하느라 종종 점심식사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대학 재학 중인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두고 있는 그녀는 한국 생활에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무려 10가지 넘게 열거했다. 먼저 한국은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가지고 있으며,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고 장점을 꼽았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돼 있고 K-팝, 음식, 패션, 화장품, 스포츠 등 문화가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시간을 잘 지키고, 문화와 전통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아울러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에게 무료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을 부러워했다.

반면 한국 생활의 단점으로는, 경쟁이 치열하고 사교육비가 비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웃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른 채 자신의 일에만 신경쓴다고 무관심을 꼬집었다.

특히 외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절차가 까다롭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KLLP(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 시험과 인터뷰를 통과하느라 힘들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일상생활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는 한국에 온 이후 줄곧 영어를 사용해야 했기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과의 대화도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단편적으로 의사전달이 이뤄진다고 하소연하였다.

그렇다면 리카 씨와 같은 동남아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포털에 올라온 댓글을 살펴보면 두 갈래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먼 나라에 시집와서 정말 고생이 많네요. 한국에서의 생활을 꽤 만족하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한국에서의 생활을 응원할게요”라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국 국적을 쉽게 주면 절대 안되요. 유럽을 보세요.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나요. 필리핀은 쉽게 남에게 국적을 주나요? 자기 나라는 자기가 지켜야 하고 국적 취득 시 많은 노력을 해서 의지를 증명하는 게 당연한 거죠”라며 엄격한 입장을 피력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나 “유럽의 난민 갈등 생각하면 저출산 시대지만 외국인 유입을 긍정적으로만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이민을 기술과 재산이 있는 사람 위주로 받아 들여서 외국인 유입자가 저소득으로 복지 무임승차와 갈등의 소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주민을 둘러싼 상반된 견해는 앞으로 외국인 비율이 높아질수록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부터 ‘다인종·다민족국가’로서 발생할 제반 문제점을 파악해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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