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선물 감사한데…” 경찰·소방 처리 방법 ‘고심’ 익명 기부자, 지구대·119 센터 등 약 30곳에 전달 공무원행동강령상 위문품 수수 불가…반환 등 착수 주성학 기자

2024년 04월 08일(월) 20:55

“익명 기부자의 꽃게 선물 매우 감사하지만…”

광주 경찰·소방당국이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꽃게 선물’(사진)을 받았지만, 고심에 빠졌다.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위문품’ 성격을 수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경찰은 반환을, 소방은 기부심사위원회를 통해 처리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8일 광주경찰청과 광주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이른 오전 시간대 관내 지구대와 119안전센터 등 약 30곳에 2㎏ 상당의 생물 꽃게가 담긴 상자가 배달됐다.

상자와 함께 온 A4용지 1장짜리 인쇄물에는 “저희를 위해 항상 수고하시는 소방관님과 경찰관님께 작지만, 마음을 담아 (활)암꽃게를 준비했다. 농수산물이므로 김영란법에도 걸리지 않는다. 편하게 드셔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꽃게 상자는 경찰·소방관서뿐만 아니라 병원 응급실, 복지시설 등 광주 280여곳에 배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자의 마음과 달리 경찰과 소방 당국은 꽃게 상자를 두고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행동강령, 기부금품 및 모집의 사용에 관한 법률 등에서 행정 목적이 아닌 위문품 성격의 금품을 경찰 및 소방 공무원이 수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른 기관에 기증하는 방법도 있지만, 살아있는 꽃게인 탓에 상할 수도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심 끝에 경찰은 꽃게를 모두 돌려주기로 결정, 이날 배달 기사 등을 수소문해 기부자와 연락을 취했다.

소방 당국은 우선 정확한 개수를 파악한 뒤 9일 자체적으로 기부심사위원회를 열어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 전까진 꽃게가 상하지 않도록 냉동 보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전한다”면서도 “원칙상 어떠한 위문품도 받을 수 없어 반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인데 따뜻한 말과 함께 기부품까지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며 “기부품을 돌려 드리더라도 기부자의 성의와 그 마음을 온전히 받은 소방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에 변함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