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의 아이콘, 애리조나 주립대 / 주정민
2024년 04월 10일(수) 19:51
주정민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은 어디일까? 누구나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의 유명대학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각종 대학평가를 보면, 온라인 대학 중에는 미네르바 대학, 전통대학 중에는 애리조나 주립대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을 평가하는 WURI(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 순위에서 미네르바 대학과 애리조나 주립대학은 2년 연속 1·2위를 차지했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미국의 저명한 대학 평가 저널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대학(Most Innovative Schools) 순위에서 2016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혁신적인 사례는 전 세계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애리조나 주립대를 방문해 교육방법과 제도를 배우고 있다. 대학의 미래를 논의하는 각종 세미나나 심포지엄에서도 단골 대학으로 소개되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처음부터 혁신대학은 아니었다. 2002년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총장이 취임한 이후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새로운 대학으로 변화했다. 20년 이상 애리조나 주립대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크로 총장은 취임 시부터 학과와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무는 등 고정관념을 깨는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대학은 ‘지식 기업(Knowledge Enterprise)’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어떻게 하면 교육소비자를 만족시킬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대학을 운영했다.

소비자 중심의 대학이 되기 위해, 애리조나 주립대는 학생들에게 ‘개인 맞춤형’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빅데이터와 AI 기반 학습시스템을 도입해 학생의 학습성향과 적성 등을 고려한 진로지도를 하고 있다. 최근 미국대학 중에서는 최초로 ‘오픈 AI’와 협력해 챗 GPT를 신입생 글쓰기에 활용하고, 학생들을 위한 ‘AI 튜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고교와 대학 등에서 챗 GPT 활용을 금지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이다.

애리조나 주립대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은 ‘모두를 포함하는 교육’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0년에는 애드플러스(EdPlus)라는 독자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했고, 지금은 하버드와 MIT가 만든 에드엑스(edX)와 협업해 전 세계에서 누구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스타벅스, 우버 등의 회사 직원들이 온라인 과정을 통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애리조나 주립대는 180여 개국 8만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고, 800여 개의 전공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상위 4-5%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고, 이를 통해 대학의 명성을 이어가는 아이비리그 대학들과는 다른 차원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기업과 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업과 현장 교육을 하고, 이를 통해 지역을 혁신하고 있다. 스타벅스, 아디다스, 메이오 클리닉, 우버 등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넓은 대학부지에 직접 기업을 유치해 산학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만의 TSMC 공장을 대학이 위치한 피닉스 시 북쪽에 유치해 반도체 분야의 공동연구와 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45개의 도심에 캠퍼스를 구축해 지역거점으로 만들고, 해당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혁신동력은 마이클 크로 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 구성원의 노력에서 나온다. ‘미래를 지향하는 대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교수, 직원, 그리고 지역사회 관계자가 함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이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지, 어떻게 영향력을 만들 것인지, 그러한 변화를 누가 주도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젊고 개혁적인 교수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대학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712746260627183028
프린트 시간 : 2024년 06월 22일 18:2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