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바꿔보자! 바뀌어라 대한민국” 투표 행렬 ‘한마음’ ●광주·전남 투·개표 이모저모 안재영·주성학·장은정 기자

2024년 04월 11일(목) 00:03

투표하는 양금덕 할머니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10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상무2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10일 동구 계림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처음 유권자가 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투표했다. 이 교육감은 “생애 첫 투표는 민주시민으로서 소중한 한 걸음을 내디딜 기회”라며 “학생들이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일인 10일 광주 358개·전남 806개 등 총 1천164개 투표소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길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00세 이상 고령 유권자 주권 행사

이날 광주 투표소 곳곳에선 100세 이상의 고령 유권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광주 동구 유권자 중 최고령인 김정자(108)씨는 계림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분이 정말 좋다”며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나 같은 노인들도 죽을 때까지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 없다는 남구 주월동 주민 이영조(104)씨는 “오전 5시에 집에서 나와 투표장까지 오는 데 힘이 부쳐 7번이나 쉬었지만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로 우리나라가 보다 자유로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104세의 이영조 어르신이 10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1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5) 할머니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요양원 생활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무2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양 할머니는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전보다 더 강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강제동원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며 “미쓰비시에게 사과받고 배상받을 수 있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광산구 월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독립운동가 박노순(1896-1971) 선생의 현손녀(증손녀의 딸)이자 카자흐스탄 출신의 최 빅토리아(24·여)씨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했다.

최씨는 “제가 행사한 한 표가 희망이 돼 국내 귀환 고려인 동포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훌륭한 국회의원이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불편 여전” 장애인 유권자 하소연

선거 때마다 제기됐던 ‘장애인 유권자 불편’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이날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현장 점검을 실시한 동성중학교는 투표소 입구 근처에 경사로가 잘 갖춰져 있어 휠체어 이용자들이 이동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으나, 내부는 비좁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10일 오전 남구 진월동 제4투표장인 동성중학교에서 휠체어 이용자들이 경사로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바닥에 깔린 단열재가 점자블록을 가려 시각장애인들이 투표소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배영준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매번 선관위는 장애인 유권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문제가 없는 곳은 몇 곳에 불과하다”며 “언제쯤 장애인들의 투표 접근성이 높아질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언제 끝나나” 30년만에 수검표 부활

이날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되고 광주 5곳, 전남 시·군별 22곳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이뤄졌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를 거친 투표지를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검표’가 30년 만에 부활하면서 투입된 사무원들 사이에선 “언제 다 확인하느냐”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개표 사무를 맡은 하모(49)씨는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분류하다 보니 2개째 투표함인 데도 피로감이 몰려온다”며 “특히 비례대표 투표지는 수개표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몇 번씩 접혀 있어 하나하나 펴야 하고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이전 개표 작업보다 몇 배는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복투표 제지·용지 훼손 등 해프닝

광주 서구 치평동 제2투표소에선 투표를 하러 온 80대 여성이 선관위로부터 “이미 사전투표를 했다”며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유권자는 지난달 신분증을 잃어버렸는데, 이를 습득한 지인이 사전투표 때 자신의 것인 줄 알고 잘못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분증 도용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 형사 입건하진 않을 계획이며 선관위는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동구 계림2동 제1투표소에선 투표에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함께 기표소에 들어간 50대 아들이 투표 종사자로부터 ‘무효표’ 통지를 받자 투표용지를 찢어 버리기도 했다.

광산구 수완동 제3투표소 인근에선 유튜버가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을 찍다가 선관위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다.

본투표 당일에는 주소지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나 사전투표처럼 아무 곳에서 할 수 있는 줄 알고 왔다가 되돌아가는 유권자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일부는 주소지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타 시·도로 가야 하는 유권자들은 투표를 못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재영·주성학·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