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 조례 정비에 부쳐 / 정다은
2024년 04월 17일(수) 20:15
정다은 광주시의회 의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개별조사보고서 공개와 종합보고서 작성을 둘러싸고 지역이 내내 소란했던 봄이었다.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도 조사위에 조사보고서의 신속한 공개와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을 촉구하며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그 사이 5·18특위 소속 8명의 시의원은 특별한 조례를 발의했다. 광주시에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시행하고 있는 11개의 조례를 현시대의 요구에 맞춰 통폐합하는 이른바 ‘5·18통합조례’가 그것이었다. 5·18특위는 지난해 6월 구성 결의안을 작성하면서 향후 1년 간의 활동 계획을 수립했고, 그 중 5·18조례의 정비는 5·18정책과 제도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주요한 내용이었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44년이 흐르도록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을 위한 조례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만들어 써왔다. 총 11개의 조례가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제각각 만들어졌고 각기 다른 책임 부서에서 관리됐다. 그러다 보니 조례 상호 간에 내용과 체계가 조화를 이뤄 모순이나 갈등 없이, 또 입법의 공백 없이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정책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5·18은 특히 더 그러하다. 그런 상황에서 각기 다른 시점에 만들어진 십수 개의 5·18조례를 체계적으로 조감하고 모순 없이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체계적 정당성과 현실 부합성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다. 더구나 광주에서 5·18에 관한 조례를 만들거나 손보는 일은 누군가가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더욱 개선이 더디었으리라 짐작한다.

이렇듯 여러 이유로 난립하는 조례는 5·18 관련 정책들을 실현하는 광주시와 관련 기관과 단체 간의 역할과 권한의 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 당연한 결과로 5·18 관련 사업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채 시민들의 공감에서 멀어져갔다.

오늘날 외면받고 공격받는 것은 5·18에 관한 사람만이 아니라, 5·18에 관한 유·무형의 기념사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5·18특위가 지난해 7월10일 출범 당시 5·18조례 제도의 정비를 공약으로 내건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한편 강기정 시장도 같은달 20일 5·18조례의 통합정비를 지시하면서, 5·18특위와 광주시, 5·18기념재단, 광주연구원, 전남대학교 5·18연구소가 함께하는 ‘광주시 TF’가 꾸려졌다. 해당 TF에서 약 7개월 간의 숙의를 통해 조례안이 작성됐다.

광주시의회 내에서 조례입법과 5·18민주화운동에 전문성을 갖춘 8인으로 구성된 ‘광주시의회 TF’가 광주광역시 TF 작성 조례안을 기초로 40여 일간 집중 연구를 한 끝에 비로소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를 성안했다.

광주시의회의 5·18통합조례의 중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정책의 총체적인 관리체계 및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기관과 단체 그리고 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분화했다. 그동안 각 기관의 각 부서, 각 단체에서 파편적으로 추진됐던 5·18 관련 정책과 업무가 이제는 기관 간 정례적 협력 체계 속에서 공유되고 검토되면서 공동의 목표와 단일의 계획 아래 체계적이고 모순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몇몇 단위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논의구조에서 벗어나 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규모를 대폭 확대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위원회’에서 유무형의 기념사업을 총괄 심의·자문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시민의 눈 밖에 나던 5·18정책과 사업들이 변화된 사회 문화적 요청에 쉽게 반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조례로 과도하게 명문화돼 있거나 방만하게 정해져 있던 5·18 관련 정책과 사업들을 최대한 간소화해 5·18 관련 정책과 사업이 새롭게 구상될 기회를 만들었다.

넷째, 5·18정신의 헌법전문수록과 진상규명 및 왜곡 대응, 구묘역 관리와 같이 그동안 조례에서 정함이 없거나 미비했던 내용을 새롭게 규정해 광주시의 책임을 강화했다.

이렇게 광주시의회 5·18특위와 광주시가 함께 만들어 낸 5·18통합조례가 이제 시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목전에 두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이달 중순쯤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져 유지되던 제도를 바꾸는 조례가 부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난해 5월 광주 5·18의 변화와 성찰을 촉구한 5명의 청년 시의원을 귀하게 여겨줬던 시민들께서 올해 5월에는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로써 시작될 제도 변화에 마음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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