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끼·멋·맛 - 광주와 전남의 발전을 향해<1> / 박용안 |
| 2024년 04월 23일(화)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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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산업과 제품의 디지털화(digitization 혹은 digitalization)는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처리용량과 저장용량을 갖는 반도체, 모든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Internet of Things(IoT) 기술, 통신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교통경로 등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알려주는 기술(cloud computing)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돈(가치, 소중한 무엇)이 생기고 있다. 다른 데 혹은 다른 경제주체들이 이미 만든 문화적 자원, 정보와 자료 등을 모아서 기업과 개인에게 제공하거나 연결해 주는 기업들이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Google, NETFLIX, Facebook, Instagram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재와 미래의 디지털 경제를 고려할 때, 우리 고장에 풍부한 끼·멋·맛은 중요한 강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끼는 우리들이 삶의 고통과 희망 속에 진실하게 놀 줄 안다는 것과 통한다. 진도아리랑을 예로 들자, 잔치 날 혹은 농한기에 고장 사람들은 밤이 새도록 각자의 사연을 엮어서 한 편의 웅장한 이야기를 노래로 창조해 왔다. 그 노래들은 NETFLIX가 제공하는 세계 사람들의 고유한 문화와 삶을 바탕으로 한 문화상품과도 유사하다. 잘 놀줄 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에서 벗어난 인류에게 매우 필요한 자질이다. 끼는 영국 명문학교 Eton School 기본 사명(mission)에서 강조하는 enduring passion-지치지 않는 열정-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멋은 내면에 가득찬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농민에게는 허리 띠가 다소 풀려도 멋 있고, 일터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는 나름 멋져부는 내면의 운치가 있다. 내가 말없이 존경했던 고(故) 윤한봉 선생은 항시 허름한 잠바를 걸쳤지만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에 대한 사랑의 멋이 느껴졌다. 고(故) 윤상원 장군(나는 그 어느 장군보다 더 위대하다 평가함을 이해바랍니다)은 기타와 피리, 소리로 대중들을 휘어잡는 멋쟁이였다. 멋은 새로운 역사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자신을 낮췄던 고 박관현 열사는 검정 고무신으로 멋을 부렸다.
맛은 개인 삶과 공동체의 활력소이다. 우리 고장에서 농축산물과 해산물을 사용하고 갖은 양념과 손 기술을 버무려 맛난 음식을 만들어 같이 나누는, 정은 삶의 굴곡과 고난을 헤쳐 가는 영양소이다. 우리 고장의 독창적인 맛은 세계인을 끌어모으는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맛난 음식을 게걸스럽게 욕심을 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맛을 찾는 우리 고장 사람들은 세계인의 입맛에 항상 열려 있다 할 수 있다.
끼·멋·맛을 활용해 우리 고장의 교육, 문화, 관광, 교통, 복지 등의 지방자치 정책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예로, 일선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끼를 부릴 수 있게 일정 한도의 재량권과 성과를 내도록 해 이를 인사 평가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들에게도 획일적 지식 전달이 아닌 개인이 갖는 다양성과 그 열정을 존중하는 멋 있는 교육을 해보자. 먼저 간 멋쟁이들의 이야기도 세계인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것이다. 지역 공동체에서 자그마한 행사에도 세계인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표준화된 재료와 절차(recipe)를 개발해 제철 음식을 나누는 것을 고려해 보자. 축제의 줄거리도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지역 산업 등과 긴밀히 연결해 주민들의 창의성(다소 어색하더라도)을 바탕으로 내용을 다양화해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역축제를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