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하는 독서 교육 / 조영서 |
| 2024년 04월 24일(수) 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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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많은 영상들과 정보들을 모두 차단한 채 그것들이 주었던 유용한 생각들과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해보고 글을 쓴다면 어떨까? 아마 금방이라도 해낼 것 같겠지만, 그 생각의 조각들을 짜맞춰 하나의 완성된 ‘세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즉, 독서는 즉각적인 흥미를 주는 다른 매체와 달리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중 가장 어렵고 불편한 방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러한 불편한 방식인 독서를 계속해야 하는가? 자동차가 보편화된 우리의 삶이지만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듯, AI가 보편화될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부러 상대의 의도를 가장 넓게 이해하기 위해 ‘독서’가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서로가 서로를 점차 필요로 하지 않는 비대면의 시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휴머니즘’을 키우기 위해서는 남과 나의 차이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이해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를 신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독서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우리의 교육에서는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종합 독서율은 95.6% 연간 독서량 36.0권으로 2021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학생 독서율을 매체별로 살펴보면 종이책 93.1%, 전자책 51.9%로 매체에 걸쳐 골고루 증가했다. 디지털 환경 속, 책을 보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독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이들은 기술의 발전을 누리며 인문학적 감수성과 휴머니즘의 가치를 지키며 사회를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독서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독서 교육을 위해 우리는 디지털 독서 플랫폼을 빼놓을 수 없다. 독서율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성인층에서도 전자책 독서율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독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법적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독서 플랫폼을 활용하면 학생들에게 큐레이션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문학적 가치를 강조하는 다양한 책들을 학생별로 선별해 추천함으로써 관련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독서를 장려할 수 있다. 즉, 교사 개개인이 모든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맞는 도서를 추천해 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독서한 책들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인문학적 해석을 제공하는 등 학생 개별적으로 다각적인 분석 자료를 제공해 독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독서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꾸준하게 자신의 독서 기록을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고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독서 토론한 동영상도 올릴 수 있고 독서 모임 참여 소감도 디지털 독서 플랫폼에 작성할 수 있다. 원한다면 자신의 독서 기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공유된 다른 기록들을 보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고 토론하고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북클럽을 운영할 수도 있고 AI와 토론도 가능해질 수 있다. 맞춤형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독서 경험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고, 개인적 가치관을 정립하고 다양한 문화와 사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더 넓은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무거운 무게를 들고 힘든 동작을 하며 몸의 근육을 키우듯, 힘들어도 독서를 통해 비판적 사고를 하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비록 힘들고 땀이 나지만 산의 정상에 올라갔을 때는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타인들의 세계를 전심전력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이야말로 인류를 발전시켰던 독서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