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로…’ 목판에 각인된 ‘그날’의 상흔 2024 광주시립미술관 ‘오월예술 2024 : 목판화_새겨 찍은 시대정신’展…내달 19일까지 시대정신 투영된 민중미술 산물…동시대적 삶 공유 역사적 숭고함·가치 담아낸 목판화 소장품 75점 전시 최명진 기자

2024년 04월 28일(일) 19:51

홍성민作 ‘민죽’

목판화는 판화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목판의 목재, 새기는 조각칼의 종류에 따라 거칠고 강한 형태를 만들거나 섬세하고 부드러운 형태를 만들어 여러 번 찍어낼 수 있다. 또 목판화는 민중미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또는 형태를 반복 제작해 알릴 수 있어 적극적으로 쓰였다.

특히 민중미술에서 목판화가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접하기 쉬운 자연소재인 ‘목판’을 통해 우리나라 현실과 사회에 대한 제언, 역사적 소재를 이용한 민족의식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발언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다음달 19일까지 2024년 미술관 소장품 연구, 활용을 목적으로 ‘오월예술 2024 : 목판화_새겨 찍은 시대정신’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목판화 작품 75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창작단, 김봉준·김억·김진수·안한수·이상호·이준석·전정호·조진호·홍선웅·홍성담·홍성민 등 총 1개 미술단체와 11명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민중미술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다.

사진 위로부터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창작단 ‘횃불시위’, 이준석作 ‘금희의 오월’, 김봉준作 ‘오월의 통곡’, 홍성담作 ‘오월-02-횃불행진’

광주시립미술관은 2023년 기준 560여 점의 목판화를 소장 중이다. 특히 목판화 소장품들은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특성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

미술관은 민주·인권·평화 도시로서 역사의식이 투영된 민중미술 작업을 다수 수집했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성과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술로 표현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현장과 동시대 사회 참여 등 다양한 발언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두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먼저 ‘형상을 새기다 1 : 그날’은 민중미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5·18민주화운동 소재 작품들로 구성했다. 오월 그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통해 역사적 숭고함과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횃불시위’ 등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가 5·18 당시 있었던 일들을 사건별로 제작한 20여점 연작 중 일부를 선보인다.

두 번째로 ‘형상을 새기다 2 : 삶’에서는 급격한 경제발전을 겪은 한국 사회의 현실 문제에 대한 발언을 다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농촌과 도시, 노동자, 환경파괴, 역사와 민족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목판화 작품을 소개하는 데 의미를 지닌다. 폭풍우 속 배를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안한수의 ‘태풍대비’, 전통 수묵의 새로운 해석에서 비롯된 대나무 형상으로 우리 사회 현상을 풀어낸 홍성민 작가의 ‘민죽’ 등 작품을 소개한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한국 현대사의 진통을 보여주는 목판화를 통해 역사적 가치와 고유의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며 “작품을 통해 오월 광주를 느끼고 동시에 목판화만이 주는 미감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