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운의 캔버스산책]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겠더라 |
 | | ‘바람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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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40년을 그렸다. 감정은 파도와 같아 오는 줄 모르게 덮치고 가는 줄 모르게 사라진다. 신록이 꽃보다 예쁜 시절, 이순이 되어 되돌아보니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겠더라. 어쩌면 바뀐 건 세상이 아니라 나일 것이다. 다시는 인생의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에 참여한 단체전 ‘생존 확인’이 확인시킨다.
열정적이었던 청년 작가들이 60세가 되니 참 다양한 길 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미소 띤 얼굴의 주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코가 석 자인 내가 동료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할 순 없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한단 건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다. 그만큼 현실에 없는 마음의 여유를 ‘자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나이이다.
젊어도 마음이 죽은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나이 들어도 마음이 싱싱한 사람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건 열정이 아니라 바로 불안 때문이다. 우리 사회 경쟁시스템이 자꾸 괜찮은 사람을 하찮은 자로 여기게 하고, 인간적인 문제를 치명적인 문제로 느끼게끔 만든다. 그러나 고통이나 슬픈 기억들조차 배움과 성장의 시간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무의미한 순간은 단 하나도 없다는걸, 지금의 삶에 충실할수록 더 확실히 깨닫는다.
나는 얼마나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잠시 멈춰, 내게 간절함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현명한 태도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제 몫을 다할 수도, 자율적 삶을 살 수도 없다.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기대하고 반응할까?’ 이순에 마음을 열려면, 나이를 떠나보지 않은 이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모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이제야 알겠더라.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