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영화 상징 ‘존 카사베츠’ 만난다 압도적 카리스마 ‘존 카사베츠X지나 롤랜즈’ 특별전 낸 골딘·차이콥스키 등 실존인물 삶 다룬 작품까지 최명진 기자

2024년 05월 06일(월) 19:29

‘얼굴들’ 스틸컷

따뜻한 봄 날씨를 맞아 광주극장이 다채로운 영화 한마당을 펼쳐낸다.
먼저,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존 카사베츠X지나 롤랜즈’ 특별전이다. 감독뿐 아니라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던 존 카사베츠는 뉴욕에서 연극과 연기를 공부했으며 적은 제작비로 소수의 스탭과 함께 하는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영화 세계를 만들어냈다.
특히 배우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메소드 액팅’과는 또다른 스타일의 사실적인 연기 연출을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한 캐릭터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카사베츠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지나 롤랜즈다. 섬세함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동시에 연기했던 롤랜즈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카사베츠의 세계에 생동감과 깊이를 더한다.

광주극장은 미국 독립영화의 상징이자 ‘배우들의 배우’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부부이자 평생의 미학적 동지로 지낸 이들의 가장 빛나던 작품들을 선보인다.

강렬한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숨김없이 전달하며 미국 중산층으로 그려지는 이들의 갈등과 분열을 생생하게 드러낸 ‘얼굴들’(1968)을 비롯해 아내의 신경쇠약을 지켜보며 요양원에 보낼 결심을 하게 되는 남편의 고통스러운 스토리를 담아낸 ‘영향 아래의 여자’(1974), 젊은 여성팬의 죽음을 목도한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현실과 무대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프닝 나이트’(1977) 등이 관객들과 만난다.

특별전 상영작 이외로 실존인물 그리고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도 잇따라 상영된다.

먼저, 지난 4일 개봉한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아내 안토니나의 파격적 사랑을 대담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그린 멜로드라마다. 두 사람이 생전 남긴 각종 문서들과 일기, 서신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세기 러시아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 차이콥스키의 낭만주의 음악,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곡예적인 카메라 워킹 등이 결합돼 마치 유럽의 명화 한 점을 보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같은 날 개봉한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은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등 세계 최고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만들며 록 음악의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의 모든 것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반들의 뒷이야기와 대표곡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다. ‘힙노시스’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콜린 퍼스가 이 영화를 제작했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 잡지 NME 사진 작가로 활약했으며 콜드플레이 뮤직비디오 연출, 아트 디렉터로도 활약한 안톤 코르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이 전하는 자신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오는 15일 스크린에 오른다. 동시대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손꼽히는 낸 골딘은 사진을 통해 LGBT 커뮤니티, 에이즈, 약물 중독 등 끊임없이 사회적 금기와 직면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할 줄 아는 유명 예술가의 모습에서 출발해, 그가 어떻게 미술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그의 작품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생존과 투쟁으로 가득했던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16일에는 1980년 5월24일 광주 송암동, 효천역 일대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실체와 배후를 추적하는 논픽션시네마가 개봉한다. ‘송암동 민간인 학살’의 타임라인을 조금 더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재연해 당시 사건이 어디서부터 잘못돼 벌어졌는지 심층적으로 추적한다. 또 은폐된 학살의 증언을 추가로 확보, 실증하는 데 주력하며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촉구한다.

상영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확인하면 된다. 문의 062-224-5858./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