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말희 마리우 대표 “치매 환자·가족에 도움되는 제품 만들고파” 2016년 7월께 설립한 ‘약 달력’ 회사…광주 하남산단에 위치 치매 노모 위해 개발…“기존 제품 보완·AI 콘텐츠 개발 목표” 주성학 기자

2024년 05월 07일(화) 19:45

“저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서말희(45·여·사진) 마리우 대표는 치매환자·돌봄가정 아동들을 돕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리우는 지난 2016년 7월께 설립된 ‘약 달력’ 회사로,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 위치해 있다. 치매환자를 위한 약 달력과 앞치마 등을 판매한다.

약 달력은 2005년 중증 장애를 입은 아들의 치료를 위해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생활하던 중 다음 해 함께 살던 노모가 치매를 앓게 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서 대표는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자식과 노모를 돌보며 생활하고 있었는데, 치매환자 특성상 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증상이 지연되나 매번 노모의 약을 챙기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약을 잘 챙겨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눈에 띄는 곳에 약을 두자’라고 생각했고, 이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투명 아크릴판과 자석을 이용해 약 달력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

서 대표는 7일 “어머니는 초로기치매셨고 건망증을 앓았다”며 “약을 직접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아 해결 방안을 고심하던 중 냉장고를 자주 이용하는 모습이 떠올라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약 달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약 달력이 필요해 보이는 혼자 사는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했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이에 서 대표는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장애인학교·단체 등에 약 달력을 기부했다.

그러다 2016년 창업 붐이 일었고, 서 대표는 어머니와의 얘기를 담은 ‘예쁜 치매를 아십니까?’라는 이름으로 스토리 펀딩에 도전해 후원금 500만원이라는 결실을 맺었고 사업도 재개했다.

약 달력은 현재까지 총 13만장 이상이 판매되고 있으며 입체형 주머니가 있는 턱받이 앞치마를 개발하는 등 치매 환자 편의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서 대표는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 약 달력을 따라 한 카피 제품이 생겨났고, 같이 일을 하는 협력 업체에서 특허권을 주장하며 교류를 끊기도 했다”며 “허탈함이 느껴졌지만, 이내 ‘상생’을 인정했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좋은 일도 함께 찾아온다’는 마음으로 상황을 잘 이겨내려 한다”고 전했다.

올해 기존 제품을 보완하고 약 복용을 돕는 제품 개발, 치매 환자와 가족을 연결해주는 인공지능(AI) 커뮤니티 콘텐츠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대표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을 돕고자 월드비전, 밀알복지재단, 미혼모센터 등에 꾸준히 기부를 해 현재 누적 기부금이 1천만원가량 된다. 최근에는 약 달력 100개를 초록우산 광주본부에 전달했으며 향후 사업이 확장되면 기부 활동도 넓혀갈 예정이다.

서 대표는 “매일 감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할 수 있다’를 되새기고 있다”며 “저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이들을 돕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품을 만들고 싶다”고 웃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