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그립다 / 이현
2024년 05월 09일(목) 18:22
이현 아동문학가
“고맙다 상추야. 미안하다, 잘 먹을게.”

어머니는 여린 상추잎을 뜯을 때마다 상추에게 말을 건네곤 하셨다. 아직은 햇살도 받고 바람도 맞으며 쑤욱쑥 자라야 하는데 아이들 먹여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뜯어야 한다며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곤 하셨다. 마당 한켠에 만들어 놓은 작은 텃밭에서 오이와 고추를 따고 빨갛게 익은 토마토 몇 알을 딸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언제나 밝은 웃음과 함께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암탉이 낳은 알을 꺼내올 때도 조심조심, 낚아채듯 쓱 집어 오면 안 된다고 하셨다. 덕분에 맛있는 후라이와 고소한 마요네즈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꺼내오라고 하셨다. “꼬꼬 닭아 고마워, 달걀 잘 먹을게.” 어머니 덕분에 고맙고 감사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응애, 응애!”

첫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을 때, 필자 또한 어머니에게 받은 만큼이나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는 건, 처음으로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에 입학하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고 벅찬 만큼이나 잘 할 수 있을지, 서툴러 실수하진 않을지 걱정도 많았다. 시간이 될 때마다 서점에 들러, 육아서적을 구입해 읽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손가락 끝에 힘줘 밑줄까지 그으며 읽고 또 읽었지만, 막상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건 많지 않았다. 이 세상 아이들이 모두 다 세상에 딱 한 명뿐인 아이들인 만큼이나, 다를 수밖에 없는 각각의 상황에서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선택에 따라 아이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늘 조마조마, 생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필자의 어머니에게 받았던 긍정의 마음과 따뜻한 감성들을 아이에게 온전히 돌려주면 될 것 같았다. 부모님이 나를 믿고 기다려준 것처럼, 필자 또한 아이들을 믿으며 기다려주고 싶었다.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엄마는 네 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진달래꽃 보러 가시게요!”

어머니가 당연히 좋아하실 줄 알았다. “아이고, 예뻐라. 어쩜 이렇게도 곱냐?”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소녀 감성을 잃지 않으셨던 어머니였기에,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띄우며 좋아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구경을 해드리자는 마음으로 진달래꽃이 만발한 언덕 근처에 식당을 잡아 식사를 한 다음, 꽃구경을 가자는 말에도 어머니는 한사코 고개를 흔드셨다. 밥도 먹고 바람도 쐬었으니 이젠 됐다는 말만 반복하셨다. 걷기 힘들면 차 안에서라도 꽃을 보시라며 차 창문을 열고 최대한 천천히 속력을 내지 않고 움직이는 데도 어머니는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으셨다. 자꾸만 밖에 있는 꽃들을 보라는 딸의 성화에 못이겨, “그래…, 예쁘다. 참 예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읊조릴 뿐이었다. 얼마 후, 어머니가 왜, 좋아하는 꽃을 보고도 감흥이 없으셨는지 알게 됐을 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극도로 나빠진 시력 때문에 꽃도 나무도 흐릿흐릿, 잘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속없는 딸 기분 맞추느라 고개를 끄덕이신 어머니.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이었다.

가정의 달 오월,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행복 조건은 무엇일까.

지난달, 초등교사노동조합에서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린이가 생각하는 행복 조건의 1위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가 생각하는 행복 조건으로 ‘화목한 가족’을 꼽은 응답률이 3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꿈이나 삶의 목표를 이루는 것’(29%), ‘몸이 건강한 것’(14%) 등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행복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화목한 가족, 친구, 동료가 있음이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내 편이 있음은, 또다시 일어나 살아가게 하는 힘이며 응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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