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주년 5·18 기념일’ 닷새 앞으로…추모 줄이어 5월 들어 전국서 1만953명 민주묘지 참배 행렬 1-4월 외국인 1천여명 찾아…학생 전년比 11.4%↑ 주성학 기자

2024년 05월 12일(일) 20:14

“제주서 오월정신 배우러 왔어요”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앞두고 전국에서 참배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제주 중앙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김애리 기자

5·18민주화운동 제44주년 기념일이 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월 영령들을 기리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천주교 광주대교구,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등 광주는 물론, 전국에서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학생 20여명은 선배인 고(故) 박병규씨의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

박병규씨는 동국대 1학년 재학 도중 1980년 오월 광주 항쟁에 참여해 학생수습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다 같은 해 5월26일 옛 전남도청에서 벌어진 최후 항쟁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다.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학생들은 전날 광주에 와 5·18자유공원과 기록관, 전일빌딩, 5·18민주광장 등 1980년 5월 역사 현장을 둘러보고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민주묘지에는 고 김녹영 국회의원의 자녀인 김현(64·여)씨도 방문했다. 김녹영 국회의원은 4·19 혁명 당시 부정선거 규탄 데모에 앞장서다 경찰의 폭력에 다쳐 평생을 고통에 시달렸다.

1980년에는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고문받고 서대문구치소에 갇히기도 했다.

김현씨는 “아버지는 1985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광주시민들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며 “44년이 지나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정치는 그대로다. 죄인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그게 훈장처럼 여겨지는 시대상이 변하지 않고 있는데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민주묘지를 방문, 참배했다. 노씨는 2011년 출간된 ‘노태우 회고록’의 내용 중 5·18민주화운동이 ‘광주사태’로 표현된 것과 ‘5·18운동은 유언비어가 진범이다’ 등 왜곡된 부분에 대해 “회고록이 오래 전 절판된 상황이라 수정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노태우 기념재단에서 회고록 개정판을 출판해 왜곡된 부분들을 바로 잡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올해 들어 5·18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참배객들의 민주묘지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1-4월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객 수는 1월 8천886명, 2월 1만943명, 3월 8천482명, 4월 1만1천202명 등 총 3만9천513명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중 외국인 참배객은 1월 122명, 2월 156명, 3월 318명, 4월 570명 등 총 1천1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8명 대비 64% 늘었다.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학생 참배객도 증가했다. 1월 1천185명, 2월 2천617명, 3월 2천82명, 4월 3천691명 등 총 9천575명이 5·18민주묘지를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8천595명 보다 11.4% 늘었다.

5월 들어선 11일 동안 1만953명이 5·18민주묘지를 찾아 영령들의 넋을 위로했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소장은 “지난해 대비 참배객 수가 많이 늘었다. 학교 단체 참배가 급증했는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학생과 교사들의 교육 열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참배객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제향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