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전남 의대 신설 정부 책임론도 나오는데

2024년 05월 13일(월) 17:45

김영록 전남지사와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박홍률 목포시장, 노관규 순천시장 간 국립의대 신설 관련 5자 회동이 연기됐다. 전남도는 추후 개최를 제안했다고 했지만 기약이 없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다. 전남도와 순천지역 사이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이해당사자인 양 대학, 양 시와 한자리에 모여 단독 의대 공모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하고자 했으나 순천대와 순천시의 불참 결정으로 무산됐다. 공문 발송을 통해 ‘공적인 업무’라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순천권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2021년 용역 결과 공개 등과 관련, 전남도가 불가 방침에서 물러나 양 대학의 합의 뒤 결정으로 절충안을 냈지만 무위에 그쳤다.

오히려 순천지역에서는 대통령비서실과 교육부, 보건복지부에 입장문을 전달, ‘정부 주관 의대 신설 공모 추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통합 의대에서 단독 의대로 선회한 전남도가 공모 방식을 거쳐 정부에 신청하겠다며 속도전에 들어간 반면 순천권은 전남도엔 법적 권한이 없다는 논리로 반발하고 있다. 동부권과 서부권, 전남도와 순천 간 소모적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의대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3월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김 지사의 건의를 수용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통해 공식화해 탄력이 붙었다. 문제는 지역 여론 수렴을 전제로 했을 뿐 명확한 지침 등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대통령과 총리가 말씀한 바와 같이 추진하면 된다’고 간접적 동조 의사만 밝힌 상태다.

전남도가 순천지역의 반대를 무마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정부가 나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유치 경쟁이 가열된 만큼 공모 외 합당한 대안이 없다면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게 맞다. 전남권의 분란을 서둘러 잠재우고 계획대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마무리돼야 할 현안이다. 30년 숙원이 이번에도 물거품이 된다면 강력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부는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