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5월, 어느 오월! / 이혁

2024년 05월 13일(월) 17:45

이혁 전남서부보훈지청 보훈팀장

비가 왔다 개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도 5월의 따스한 봄의 기운은 올해도 어김없이 세상을 푸르고 생기가 돋게 한다. 달력에는 부모와 자녀 그리고 부부가 5월의 푸르름을 닮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렇듯 여느 5월 같은 따스한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여느 5월’이 아닌 ‘어느 오월’을 떠올리게 된다. 44년 전 여느 5월과 다름없었던 그 날,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전개한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그 ‘어느 오월’을 우리는 또한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후, 1979년 유신체제가 막이 내릴 무렵에는 민주화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신군부 세력은 국민이 원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고 1980년 봄부터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신군부 세력은 이에 맞서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광주에서는 비상계엄 확대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18일 아침에 전남대학교 앞으로 모였고, 계엄군의 진압에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위는 광주 도심을 비롯해 전남 곳곳으로 확대됐고, 27일까지 10일 동안 시민, 학생, 지식인들이 함께 부당한 무력 진압에 항거하는 민중항쟁이 있었다.

다음 해인 1981년 5월18일 5·18관련 단체와 유족들이 추모행사를 거행한 것을 발단으로 마침내 정부에서는 1997년 5·18민중항쟁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고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행사를 치렀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국가보훈처, 현재의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거행하며 대한민국 민주발전에 희생하고 공헌한 이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가보훈부에서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기념식을 거행한다. 또한 전남서부권 보훈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전남서부보훈지청에서는 시민 학생들과 함께하는 5·18민주문화제 ‘모두의 오월, 민주를 그리다!’ 행사를 5월 한 달간 추진한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목포여자중학교 학생 50여명과 함께 목포 5·18사적지 5곳(목포역-목포중앙교회 옛터-동아약국과 안철선생 가옥 옛터-중앙공설시장 옛터-목포 3해역사령부 헌병대 옛터)를 직접 거닐며 탐방하는 ‘목포 오월길 걷기’행사가 개최됐다. 이어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5·18민주화운동의 의의와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해보는 ‘민주역사 골든벨’이 지난 8일 목포정명여자중학교를 시작으로 목포덕인중학교(16일), 목포유달중학교(24일)에서 개최된다. 22일에는 목포해양대학교에서 시민과 학생이 참여하는 ‘5·18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5월 한 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이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린 명심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 발전에 커다란 획을 그은 위대한 민중운동이었으며, 나아가 세계의 억압받는 시민들에게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드높은 표상이었다. 이처럼 5·18민주화운동 영령들이 일궈낸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에게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의 귀감으로써 영원히 존중돼야 할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며 또한 모두의 오월이다. 5월의 하루쯤 가족들과 함께 5·18사적지를 직접 거닐며 5·18민주화운동 영령들의 숭고한 오월 정신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여느 5월다운 따스한 5월이 매년 우리를 반길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