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조건 없는 사랑 베풀며 살고 싶어요” ●강숙희 광주 동구 강숙희 미용실 원장 30여년간 소록도서 한센인 대상 무료 미용 등 선행 펼쳐 광주교도소·충장동서도 봉사…“선한 영향력 퍼졌으면” 장은정 기자

2024년 05월 15일(수) 18:13

“이웃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며 살고 싶습니다.”

강숙희(79·여·사진) 광주 동구 ‘강숙희 미용실’ 원장은 15일 그간의 선행들을 되짚어보며 이 같이 말했다.

강 원장은 1988년 광주 중앙교회 소속 ‘루디아 이미용봉사단’을 창설한 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까지 단원들과 함께 30여년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펼쳐왔다.

강 원장은 “처음 소록도를 방문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며 “낯선 이들을 본 환자들의 경계가 심해 단원들과 미용 기구가 담긴 보따리를 들고 직접 찾아다니며 긴 설득 끝에 머리를 손질해 드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강 원장은 “1년에 4번씩, 분기마다 18-20명의 단원들이 미용 봉사를 나갔는데 환자들과 교감을 나눈 뒤부터는 오히려 우리가 오는 날만 기다리는 분들도 계셨다”고 덧붙였다.

길었던 봉사 기간 동안 환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쌓아온 강 원장은 그 중에서도 19살에 한센병을 진단받은 뒤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소록도로 왔다는 연숙씨와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서른 중반쯤 나이의 연숙이를 처음 만났을 때 다른 환자들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는 나를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그 상황이 지금도 또렷하다”며 “어린 나이에 생이별한 부모님 생각이 났다고 얘기하는데, 그 모습이 안타까워 만날 때마다 꼭 안아주곤 했다. 지금 나이가 60이 넘었을 텐데 최근에는 소식을 알 수가 없어 마음이 쓰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코로나19 이후 굳게 닫힌 소록도의 문이 지난해 다시 열렸으나, 그 기간 단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가 줄어 사비로 충당해 온 교통비와 약품 값이 커져 한센인들을 만나러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주변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큰 강 원장은 최근 광주교도소와 충장동행정복지센터 등 지역 내로 눈을 돌려 미용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강 원장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에 소록도 봉사는 잠시 중단했으나, 힘이 닿는데 까지는 이웃에 온정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최근 광주교도소 수감자들과 충장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독거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드리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그리운 한센인들을 보러 단원들과 함께 꼭 다시 소록도를 방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 원장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베푼 조건 없는 사랑이 선한 영향력이 돼 많은 이들에게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