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광주를 사랑하는가 / 강수훈

2024년 05월 15일(수) 19:36

강수훈 광주시의회 의원

광주에서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많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에서 구인 활동을 한 인원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전국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일자리의 질도 좋지 않다. 올해 한 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자리 질 지수를 지역별로 산출한 결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울산이 81점으로 1위, 광주가 72점으로 최하위였다.

광주시의 2024년도 본예산 규모도 1998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세수 가뭄에 더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광주는 노잼도시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다.

광주는 단군 이래 최대 지역발전 프로젝트라는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옛 전남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나 건립하고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오랫동안 광주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떠날 생각이 없다. 심지어 더 나은 도시 광주를 위해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는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다. 필자는 왜 이렇게 광주를 사랑하게 된 걸까.

그것은 바로 ‘역사의 힘’이다. 광주는 도시이름 뒤에 ‘정신(spirit)’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한 도시다.

1980년 5월. 광주는 불의에 맞서 정의로운 항쟁을 했던 도시고, 주먹밥과 피를 나누며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켰던 도시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전 세계 시민들이 광주를 찾아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광주정신을 온전히 잇기 위해서 노력한다. 5월, 광주를 찾은 많은 이들이 역사의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배우며 실천의지를 다진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모습이다.

광주에는 평범한 시민들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도시의 자부심을 탄생시킨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바로 푸른길 공원이다. 폐철도 부지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며, 개발 논리에 맞선 시민공동체가 이룩한 푸른길 공원은 지역민들이 직접 광주의 공동의제를 설정하고,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고 크다.

푸른길 공원의 탄생 배경을 알게 되면 광주가 더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다. 광주에서 어디가 가장 좋은지 물었을 때 단연 1위를 유지하는 도심 속 푸른길을 걷고 있으면 산티아고 순례길, 지리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도 부럽지 않다.

현대 정치사에서도 광주를 빼놓을 수 없다. 통합과 화해의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 원칙과 상식의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국가의 품격을 높인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곳이 광주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3기 민주정부가 탄생될 때마다 대한민국은 광주를 주목했고, 광주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광주시민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좌고우면(左顧右眄)없이 그 정치인을 반드시 큰 사람으로 키워냈다.

요즘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스포츠인 기아타이거즈의 야구 역사도 언급하고 싶지만 이만 줄인다.

이렇게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광주에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역사의 힘이다. 도시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그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에게는 곧 자부심이다.

경제와 재미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일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역사에서 나오는 자부심은 결코 하루 아침에 생길 수 없다. 광주를 향한 필자의 사랑이 식을 수 없는 이유이다. 사랑해요.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