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198)육십사괘해설:56. 화산려(火山旅) 上

“려, 소형. 려정, 길”〈旅, 小亨. 旅貞, 吉〉

2024년 05월 16일(목) 20:21
역경의 오십 육번 째 괘는 화산려(火山旅)다. 려괘(旅卦)는 앞괘 풍괘의 종괘(綜卦)로, 화(火)가 문(艮) 밖에 있으니 떠나가는 나그네 ‘려’(旅)라 한 것이다. 풍화가인괘에서는 화(火)가 안에 멈추고 있는 상의(象意)에서 집이라고 본 것과는 반대의 상이다. 려는 자신의 본래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에 기탁해서 사는 삶이다.

려괘(旅卦)는 삼양삼음괘로 천지비괘의 삼효와 오효가 교차해 주괘효인 오효위에 있는 양효가 그 위치를 잃어버렸다고도 볼 수 있고, 이를 서괘전에서는 ‘기거실’(其居失)이라고 했다. 내괘 곤(坤)을 집 또는 친구라고도 하는 뜻에서, 그 음(陰)이 무리를 떠나 이양(二陽) 사이에 들어갔다고 보며 이를 잡괘전에서 ‘친과’(親寡)라는 의미로 말했다. 따라서 려는 친지(親知)가 없는 타향에서의 간난고로(艱難苦勞)의 상징이다.

서괘전에서 풍괘 다음에 려괘를 배치한 이유에 대해 ‘풍이란 것은 큰 것이니 큰 것이 궁극에 이르면 반드시 그 거처를 잃는다. 그러므로 풍괘 다음에 려괘로써 이어 받는다’고 해 ‘풍자대야 궁대자필실기거 고 수지이려’(豐者大也 窮大者必失其居 故 受之以旅)라고 말했다.

려괘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하층부 간괘(艮卦)는 정지돼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하고, 상층부 이괘(離卦)는 자기완결성을 갖춰 자족(自足)하고 있어 하괘의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구사가 유일한 음(陰)이나 양(陽)이면 또는 상구가 구삼에 상응하는 유일한 음이면 하층부의 답답한 문제를 풀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럴 때는 잠시 문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한다. 려괘는 간하이상(艮下離上), 산 위에서 불이 붙어가는 모습인데, 산은 움직이지 않으니 려사(旅舍)의 모습이고 불은 계속 붙어가며 움직이니 바로 여행자의 모습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려괘’(旅卦)라 했다. 외로운 나그네, 길손의 고독함, 가정의 불안, 기업의 부도, 사업의 실패, 실연(失戀) 등을 상징하고 외교, 상거래 등으로 인하여 이동하거나 여행하는 일이 있다.

상·하괘 간의 괘상을 보면, 산 위에 불이 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새의 둥지가 타고 있는 여조분소지과(如鳥焚巢之課)의 모습이고 해가 서산마루로 기울어져 가는 일경서산지상(日傾西山之象)이며, 영화로움이 다하여 쇠락해져 가는 영극쇠생지상(榮極衰生之象)이고 새를 보고 활을 쏘아 화살을 잃어버리는 견조실시지의(見鳥失矢之意)의 상이다.

화산려괘(旅卦)의 괘사는 ‘려, 소형. 려정, 길’(旅 小亨, 旅貞 吉)이다.

즉, ‘려괘는 조금 형통하니 떠나는 때에는 바르게 정도를 지켜야 길하다’는 뜻이다.

여행을 떠나는 려(旅)라 해도 관광이나 놀러가기 위해 멀리 가는 것은 아니고 위치, 보금자리를 잃어버려서 집을 버리고 나라를 떠나거나, 아니면 외교나 상거래 때문에 다른 나라에 나간다는 것이 려괘의 상의(象意)이다. 그래서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고 근심과 걱정, 불안과 부자유스러운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려의 목적은 신고(辛苦)의 여행을 통해 자신을 수련, 단련하고 여러 나라의 풍속을 관찰하거나, 도움이 되는 친구를 구해 옛 것을 부활하는 기초를 만들며, 곤고(困苦)함을 견뎌서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완수해 상고(商賈)에 이득을 얻기 위함이다. 결코 여행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과 때를 만난 것이다. 그래서 려(旅)의 의의(意義)는 크고 심각해 단전에서 ‘려지시의대의재’(旅之時義大矣哉)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한 여행으로 참고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형통을 얻는다고 해도 크게 얻을 것이 없으니 ‘소형’(小亨)이라 했고, 참고 견디어야 길하다고 해서 ‘정길’(貞吉)이라 한 것이다.

려괘는 삼음삼양괘로 비괘(否卦)의 오효와 삼효가 교차해 즉, 내괘에 있던 일음이 밖으로 나가 상효와 사효의 두 개의 양강(陽剛) 사이에서 중(中)을 얻은 것은 몸을 작게해 강건한 사람들을 따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를 말하고 있다.

괘상을 보면, 내괘의 간(艮)은 멈춘다고 하고 외괘의 이(離)는 붙는다고 하니 현명한 사람에게 의지해서 멈춰야 할 때 멈추면, 그 곳에서 려(旅)의 소형(小亨)을 얻을 수 있다.

상전에서는 려괘는 산 위에 불이 있는 형상이다. 군자는 려괘(旅卦)를 본받아 형정(刑政)을 명쾌하고 신중하게 처리해 재판하는 일을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 ‘산상유화 려, 군자이명신용형 이불류옥’(山上有火 旅, 君子以明愼用刑 而不留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점사에서 려괘를 만나면, 불운(不運)의 끝에 영락(零落)해 여행에 나선 때이거나, 또는 막힌 비운(否運)으로 기울어진 끝에 좀 더 나아지려고 여행에 나선 상황이다. 물질이 빈곤하고 친함이 적으며 안정을 얻기 어렵고 어려움이 끝까지 붙어 있다. 풍괘(豐卦)의 종괘로서 성운(盛運)이 극하여 쇠퇴를 부르는 시기이다.

비(賁)의 내·외괘를 역위(易位)해 화려한 것이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고 볼 수 있고 일가(一家)의 중심이었던 딸이 문 밖으로 나와 시집가는 기쁘고도 쓸쓸함, 좋은 것이 있는 가운데 무엇인가 불이 꺼진 것 같은 어둠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때이다. 단사에서 소형(小亨)이라고 말 한 바와 같이,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피하고 큰 욕심을 버리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離)의 불과 간(艮)의 손(手)이 내외괘로 나뉘어 있으므로 손에 얻기 어려운 상으로,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거나 구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간명(看命)한다. 아는 사람도 적은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의 정(情)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가슴에 밀려오는 적막(寂寞)함에 젖는 일도 있고, 괴로움과 함께 처음부터 의지할 사람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종교를 구하여 도를 닦거나 학문 연구나 예술에의 정진 등은 길하다.

산 위에 불이 타고 있는 상으로 특히 화재로 타 버리는 일 등에 주의해야 한다. 원래 여행의 괘이므로 여행이나 이주 등은 길한데, 이는 정신적인 길이기 때문에 주소에 대해서는 고생이 있으며 여행 중인 사람처럼 있는 곳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친한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는 혜택 받는 경우는 희박하다.

사람의 판단을 구하는 경우라면, 쓸쓸한 표정으로 그다지 연고도 없고 자아(自我)가 강하여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데, 특히 부인의 경우가 그러하다.

운기, 운세는 쇠운의 때로 화난(火難), 색난(色難), 문서, 인장(印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원하는 바람 등은 이뤄지지 않으니 포기해야 한다. 사업, 상거래 등은 물러나야 하고 신규일이나 확장 등은 불가하다. 단, 외교(外交) 등은 성공할 수 있다. 교섭, 담판 등은 협력해 줄 상대방을 찾기 어려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이니 나아가지 말고, 불가피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는 상대를 따라가야 한다.

이전, 여행 등은 좋고 싫음에 관계없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길흉(吉凶)판단은 지괘(之卦)나 효변(爻變)을 보고 결정한다.

혼인은 서로 등지는 상이다. 주소, 취업 등도 정해지지 않고 속사정은 적막(寂寞)하므로 좋지 않다. 여행지에서 생긴 인연이나 길가에서 우연한 사랑으로 깊이 빠져서 후회하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 병은 열을 동반하는 전염병 등의 경증(輕症)이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다리는 일은 금방은 오지 않고 서류를 도둑맞을 수 있고 가출인은 점차 이동하고 있어 쫓기 어려우며 소재가 파악돼도 그곳에는 이미 없다. 분실물은 손에서 손으로 건너가는 행적이 있고 빠르면 찾는다. 날씨는 개였다 흐렸다를 반복하고, 비가 오는 중이면 저녁부터는 개인다.

려괘는 나아가 힘을 쓰는 것보다는 조용히 자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양효보다는 음효를 얻는 것이, 즉 작은 것이 려의 때에 맞다. 양효(陽爻)인 구삼, 구사, 상구에서 길(吉)을 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효위(爻位)와 음양이 맞지 않으면 즉, 초육처럼 양위에 음효가 있으니 위치가 바르지 않아 흉을 본다는 것이 이러하다. 존위(尊位)인 육오에 길사(吉辭)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점예’로 영국에 본사를 둔 모 보험회사가 동경지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제상황이 불안함에 따라 모직원이 ‘동경지사의 존폐 여하’를 문점하자, 입서해 ‘려괘 불변’(旅卦 不變)을 얻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려괘는 여행이라는 의미로 항상 여행 중에 있으니 부자유스럽고 불안하며 부족함을 동반하기 때문에, 영국 본사에서는 동경지사를 접고 떠나 버릴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절실한 문제로 고려할 수 있으나 불변의 괘이기 때문에 금년 내에는 실현되지 않겠다’고 했다.

그 까닭은 려괘의 각효의 동효를 후반기에 배당해 그 효변의 지괘(之卦)를 보면, 7월은 초효변으로 이위화, 8월 이효변 화풍정, 9월 삼효변 화지진, 10월 사효변 간위산, 11월 오효변 천산둔, 12월 상효변 뇌산소과가 된다. 이중 10월에는 간괘(艮卦)로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없이 안정을 얻고 11월에는 둔괘(遯卦)로 ‘도망간다’고 보아 동경에서 떠나는 기운이 짙어 11월이 위험함을 알 수 있으나, 본괘가 불변괘이기 때문에 이는 실현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가등대악(加藤大岳) 점예 요약’.

실제로도 점단한 바와 같았다. 이렇게 효변을 보고 지괘를 순생(順生)해서 판단한 것은 득괘한 괘가 불변괘이기 때문이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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