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이념 뛰어넘은 오월…‘대동세상’ 된 광주 ●제44주년 5·18 전야제·기념식 이모저모 안재영·주성학 기자 |
| 2024년 05월 19일(일) 19:45 |
지난 17-18일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와 기념식에선 참석자들이 갈등과 이념을 넘어 하나가 됐다.
◇여·야 대표 손잡고 ‘임 행진곡’ 제창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로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보수 정당이 집권했던 2009-2010년 기념식 식순에서 사라지는 수모를 겪었다.
식순에 복귀한 이후에도 참석자 전원 ‘제창’, 희망자 ‘합창’ 등 형식을 두고 갈등이 이어졌는데, 2022년부터 제창으로 굳어져 올해도 여·야 의원 모두 ‘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오월 정신 배우자” 해외서도 발길
기념식 후 오월 영령들의 묘역에서는 해외 참배객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 도쿄노동자학습협회 회원 15명과 함께 온 이토에츠코(60·여)씨는 “현재 일본의 젊은 세대 중 현실을 포기하거나 절망하며 지내는 이들이 많다”며 “독재와 부정의에 항거한 5·18민주화운동은 희망의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배워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광주에 살고 있는 친구 덕에 5·18민주화운동을 알게 됐다는 이란인 마수드(70)씨는 “이란에도 독재에 맞선 혁명과 시위의 역사가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이 묻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추모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참석자 보다 많은 경호 인력 ‘빈축’
올해 기념식은 예년과 달리 격한 시위나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치러졌다.
그러나 기념식 참석자 보다 많은 경찰 등 경호 인력이 동원되면서 추모 분위기를 헤쳤다는 원성이 높았다.
실제 기념식 참석자는 2천500여명 정도였던 반면, 국립5·18민주묘지 주변엔 전국 각지에서 온 기동대 40여개 중대 등 3천500여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대 외에도 일선 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대통령 경호처까지 포함하면 전체 경호 인력은 이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추산된다.
또 민주묘지 입구 앞에 철제 울타리가 이중, 삼중으로 설치되면서 마치 추모객들을 오지 못하게 막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한 5·18민주유공자는 “‘정치인 피습’ 등 사건에 경비를 신경쓰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과하다”며 “광주를 위한 기념식인지, 정치인을 위한 기념식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오월 공법 3단체 “머리 숙여 사과”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선 오월 공법 3단체가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전야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양재혁 유족회장은 공법 3단체 대표로 무대에 올라 ‘2·19 대국민 공동선언식’ 이후 불거진 단체의 내홍과 시민사회와의 갈등 등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양 회장은 “일부 오월 단체의 혼란으로 상처 입은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오월을 믿고 사랑해 주신 국민에게 단체들이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며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상처 보듬은 5·18-세월호-이태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오월어머니들과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전야제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아픔을 위로했다.
전야제 행사가 한창이던 금남로에 노란 옷차림의 세월호 유가족들과 보라색 옷을 입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들어오자 광주 시민들은 이들을 박수로 맞이했다.
오월어머니들은 편지를 통해 아픔을 위로한 뒤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하나하나 안으며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기념식 지각 안철수 입장 제한 ‘쩔쩔’
올해 기념식은 ‘민주의 문’ 출입 통제가 대통령이 입장하면 풀렸던 예년과 달리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민주의 문을 지난 뒤 민주묘지에 도착한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경호 인력에게 입장을 제지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약 5분간 기다리던 안 의원은 입장 허가가 떨어져 기념식에는 참석했으나, 대기하는 동안 주변의 시민과 유튜버 등으로부터 “어떻게 대통령보다 늦을 수 있느냐”, “철수하라” 등의 야유를 받았다./안재영·주성학 기자
안재영·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