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만큼 먹는다 - 유스퀘어문화관 폐관을 바라보며 / 임해철
2024년 05월 28일(화) 20:46
임해철 호남신학대학교 명예교수
공연 관람을 위해서는 공연물과 관객을 담는 그릇인 공연장이 필수 요건이다. 아무리 좋은 공연물도 공연장이 없으면 이를 향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릇이 부족하면 접하며 개발되는 관객 인프라도 점차 위축되어 공연문화 사각 지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그릇 실정은 너무도 열악해 향유권이 제한돼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동방극장 시절, 제일극장 시절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김자경오페라단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아시아극장에 담아야 했고, 대한민국 음악제 정트리오 공연은 제일극장 무대에 긴 줄로 선풍기를 틀고 공연해야만 했다. 당시 리허설을 위해 극장에 들어서던 정명훈 피아니스트께서 내게 ‘어디서 A음이 들린다.’ 하여 에어컨을 끄고 관객, 연주자 모두 땀을 흘리며 공연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학생회관 시절까지 우리 연주자들은 대기실마저도 없어 회관 밖에서 소리를 풀곤 했다. 시민회관, 남도예술회관 시절이 돼서야 비록 행사장이지만 그런대로 공연장 모습은 갖췄으나 부족한 시설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줄을 이었다. 대기실 시설이 미약해 앞 연주자 공연 시 다음 연주자들은 전혀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어느 땐가 외국 성악가가 사라져 찾다보니 기계실로 들어가 소리를 풀고 있었던 기억도 난다. 서울에서 활동하다 고향에 내려온 나는 열악한 시설에 당혹해 하는 서울 연주자들 앞에서 죄인 된 심정이었다.

1991년, 광주문화예술회관 개관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문화 환경을 갖추게 됐고 그동안 ‘신춘맞이 가곡의 밤’ 정도에 만족해야 했던 우리 관객들은 뮤지컬 등 대형공연을 향유할 수 있었다. 지역 문화단체들은 공연장에 어우러지기 위해 매우 힘들었지만 반 강제적으로 발전을 하게 됐다. 개관기념 공연 시 무대에서 느낀 뿌듯함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건축음향이 좋지 않아 거의 지르는듯한 발성으로만 무대에 오르던 나는 작은 소리에서 큰 소리에 이르는 다이나믹도 구사할 수 있었고 시립단체들도 제대로 된 연습공간을 갖추게 됐다. 하나의 제대로 된 문화 인프라 구축으로 가히 지역 공연계의 혁명적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시장이셨던 이효계 시장을 사석에서 뵈면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곤 했었다.

그리고 2009년, 또 하나의 획기적인 인프라 구축이 바로 유스퀘어 문화관 건립이었다. 공사 도중에도 관계자 분들과 현장을 돌며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서울 금호아트홀의 건축음향과 이를 책임시공 하는 NHK 엔지니어링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많은 기대를 했고, 지난 15년간 우리는 이곳에서 수준 높은 공연물들을 마음껏 향유 할 수 있었다. 전문 대형 클래식 공연장이 전무한 우리 실정에서 비록 300여 석의 소공연장이었지만, 지역 공연 역사의 한 장을 빛나게 장식해 나아갔고 우리 관객들은 명품 공연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건축음향이 좋아 충분한 잔향과 반향으로 음이나 시각적으로 사석이 없는 훌륭한 공연장이었다.

그러나 유스퀘어 문화관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미 동산아트홀은 작년 말에 폐관됐고, 금호아트홀은 6월말로 폐관한다고 한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금번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하반기 대관은 여러 공연들이 치열한 경합을 해야만 했다.

주차장, 건축음향 등을 제대로 갖춘 소·중·대 공연장을 우리는 언제나 가질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습 시 너무 울려 당황했으나 관객이 차니 너무도 훌륭한 건축음향을 보여줘 부럽기만 했었다. 일본 삿포로 키타라 홀 공연 시 너무도 훌륭한 시설, 음향에 벽을 만져보고 문을 앞뒤로 살펴보기도 했다. 국내에도 훌륭한 공연장들이 많고 각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시민들은 충분한 문화 향유권을 가질 뿐 아니라, 관광 상품화 돼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객석을 채우는 우리 지역 관객 수준은 매우 높아 이들은 좋은 공연 관람을 위해 국내외 우수 공연장을 찾고 있다. 훌륭한 문화시민에 어울리는 제2의 유스퀘어 문화관, 대형 콘서트홀 등 충분한 인프라가 건립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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