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돌을 던지면 환해지는 햇살 / 이재훈 |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저수지에 앉아 돌을 던졌다. 돌은 물속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침묵 같은 곳. 은신 같은 곳. 물속이 아니라면 인간세계에서 불행했을 텐데. 수없이 많은 돌을 물속에 던졌다. 중력의 법칙은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퐁당퐁당 노래를 부르며 돌을 던지던 때. 맞아보라고 던졌던 돌. 나를 봐 달라고 던졌던 돌. 더 이상 갈 곳 없는 징검돌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물속이 아니라 공중에 돌을 던진다. 던져야 부끄러워진다. 광장에서 돌을 던지는 사람들. 하늘로 힘껏 돌을 던진다. 사위가 환해진다.
(시집 ‘돌이 천둥이다’, 아시아, 2023)
[시의 눈]
무엇엔가 던진다는 일, 그게 의미 없는 듯하지만, 사실 시도와 시험을 뜻합니다. 제 완력을 보고자 하다 관심을 돌려버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목표를 겨냥하며 날아가는 돌이 새삼 밝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이지요. 던질 때의 몰두가 좋아 난 유년 때부터 물건을 던지곤 했습니다. 책보자기를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길 반복하거나, 맹랑한 돌팔매질로 따악 소리를 내며 맞혀내는 일이 그거였지요. 한데, 내 팔은 오십견으로 그만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수지에 조약돌을 던져 물수제비를 띄우려 애쓴 어릴 적도 있었지요. 건너편에 빨래하던 순희의 붉은 손등을 오래 기억합니다만 그녀가 있는 곳엔 정작 이르지도 못했더랬습니다. 콩주먹의 돌을 그녀도 기억할까요. 이제, 그 유년은 징검돌 앞에 오들오들 떨고만 있습니다. 직장을 잃고 허탈한 내 던지기는 더 심해졌지요. 어머니 걱정을 피하려 뒷산의 나무 우듬을 향해 던지던 그 맹목의 돌이었군요. 그건 숲의 환한 봄빛 속으로 날아가 내 허기진 소원을 실어 나르곤 했습니다. 한데, 오늘은 식탁에서 밥맛이 없단 그 투정의 수저를 던지는 고약한 버릇으로 변하고 말았네요. 참, 던진 돌 사이에 든 그 환한 빛을 볼 때가 또 있을까요. 이재훈 시인은 강원도 영월에서 나 1998년 ‘현대시’로 등단했고,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2005) 등을 펴냈고, 시론집 ‘현대시와 허무의식’(2007) 등을 냈습니다. 그는 침묵하는 존재들에 귀를 내어주어 그의 내밀한 언어를 듣고 쓰는 말의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