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러운 연예인과 비뚤어진 팬심 / 김일태

2024년 06월 03일(월) 19:16

김일태 전남대 석좌교수

소위 유명 연예인과 가수, 프로 운동선수들이 음주운전과 뺑소니 의혹, 마약 투여 혐의, 조세포탈 혐의, 사기 행각, 갑질 의혹, 원정 도박 등 각종 범죄로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들은 “죄송하다. 반성한다”는 영혼 없는 반복적인 말과 제스처 뿐이며, 이미 일부 스타들의 뻔뻔스러운 태도와 도덕적 타락은 도를 넘었고 비뚤어진 팬심으로 인해 직업윤리마저 망치게 만들었다. 최근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자신의 이미지를 트바로티(트로트와 성악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브랜드로 순식간에 엄청난 돈을 벌고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범죄는 음주 운전을 부인하면서 증거를 인멸하고 힘없는 막내 매니저를 허위 자수 요구로 회유하면서 파렴치하게 공연하는 모습에서 대중의 배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도주하고 거짓말하는 가수는 조직적 증거인멸로 소속사 관련자들과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이것은 가수 자신의 오만한 행동과 돈에 눈먼 소속사의 대표와 관련자들, 그리고 빗나간 팬덤이 결합해 공권력도 무시한 범죄인 것이다.

이런 범죄 행위가 가능한 것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일반적인 고용시장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고용시장에서는 동일 업종에 취업한 능력이 비슷한 사람들은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으며 위계적 조직에서 행동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약간의 능력 차이나 인적자본의 축적 수준에 의한 동일한 직종에서도 소속사의 후원과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커다란 소득격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소속사들과 팬덤, 그리고 방송계 등이 결합해 진입장벽을 만들어 대다수 연예인이나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거나 원천적으로 배제시키는 카르텔을 구축해 이윤을 착취하는 권력이 돼버렸다. 심지어 K-pop(Korean Popular Music) 소속사내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독차지하려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소수의 소속사들이 경쟁을 가로막고 오랫동안 우월적인 시장지배력을 통해서 거대한 수익을 착취하는 과점의 구조이다. 이런 구조는 소속사의 일부 유명 스타들에게 거액의 광고료와 출연료를 몰아주는 반면 상당수 연예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과 능력에서 약간의 차이나 인적자본 축적에서 작은 차이가 막대한 소득격차를 가져오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202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버냉키(Ben S. Bernanke)와 프랭크(Robert H. Frank)는 승자 독식의 시장(winner-take-all- market)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승자 독식의 보수구조가 법조계, 컨설팅, 의학계 및 병원, 금융업, 기업경영, 교육 등 사회 전반 영역에서 일반화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때 노동시장은 대중매체의 기술 발달로 대규모 시장에서도 최소 비용으로 슈퍼스타의 최상의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고용주들이 스타들에게 거액의 출연료나 광고료를 지불하는 것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막대한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보유한 능력이나 기술이 희소(경제적 지대)할 뿐만 아니라, 능력과 기술을 경제적 가치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능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나 사람들은 드물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가치 사슬로 오디션과 방송을 활용하고 소속사와 팬들의 지지로 인지도를 축적하여 스타의 브랜드를 만들어 진입장벽으로 지대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돈에 끌려 다니는 스타와 돈에 목매는 소속사, 비뚤어진 열성 팬덤들로 인해 스타들은 대중과 팬으로부터 한순간에 외면당하고 영원히 퇴출되며 무대 뒤편에는 무명의 수많은 연예인들이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연예인과 소속사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경쟁적인 시장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고 대중과 팬들은 그들의 능력을 공정하게 감시하고 평가해 평판이나 비판을 전달하는 역할이고 맹목적인 신뢰나 얼토당토않게 감싸는 지지로는 대중의 반감과 혹평만을 받을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스타와 소속사들이 대중 곁에 오래 머물고 싶으면 대중이 전하는 혹평의 목소리와 시장의 냉엄한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