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간인 집단살해 계엄군 처벌 논란 용납못해

2024년 06월 04일(화) 18:17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980년 5월27일 상무충정작전 중 전남도청, 광주공원, YWCA 등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시민 7명을 살해한 혐의로 정호영 특전사령관, 최세창 3공수여단장, 신우식 7공수여단장, 최웅 11공수여단장을 고발키로 했다. 5월23-24일 주남마을과 송암동 일대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자행한 최 여단장 등 계엄군 9명에 대해서도 집단살해죄 혐의를 적용,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

2019년 조사위 출범 이후 특별법에 따라 수사 요청을 한 첫 사례다. 특별법은 ‘위원회는 조사한 내용이 사실임이 확인되고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또 1997년 대법원의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목적살인죄 재판 이후 27년만의 일이다. 진작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헌정질서파괴범죄는 공소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 당연한 인과응보다. 그런데 이번에 전원위원회 재논의를 통해 표결 끝에 고발 안건이 의결돼 아쉬움을 남겼다. 총 8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찬성해 과반수로 가결된 것으로, 보수정당이 추천한 3명은 반대 의미로 표결 자체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일반적인 살인·강간죄 등은 1995년 공소시효가 종료됐다며 별도의 입장문까지 냈다.

조사위는 이달 말 정부와 국회에 종합보고서를 제출하고 활동을 종료한다. 역사적 단죄가 요원한 마당에 전문인력과 시간 부족 등으로 한계가 분명했다. 부실한 조사에 대한 지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청문회 개최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열리지 못했다. 무기고 피습 시간·계엄군 장갑차 사망 사건·무기고 피습 관련 피탈 시점 등의 일부 내용과 표현은 수정·보완된다. 이번 수사 요청을 비롯해 추가적인 사례가 있는지도 정밀 검토해야 한다.

오월단체, 전문가 등 광주지역 사회에서 보고서 폐기 주장이 나오고 있다. 5·18 진상규명은 아직 멀었다. 일각에서 2기 출범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시민의 바람대로 더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