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 광주향교에 관심 갖자 / 오수열 |
| 2024년 06월 04일(화) 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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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란 쉽게 말하면 지역사회의 학교이다. 국가를 경영할 인재양성을 매우 중시했던 조선조에서는 서울에 중앙교육기관으로 ‘성균관’을, 현(縣) 이상의 지방에 향교를 세워 교육을 실시했다. 성균관에는 정3품의 ‘대사성’이 그 책임을, 향교는 지방의 ‘수령’이 그 운영책임을 맡았으니, 지금으로 치면 광주향교는 광주시장이 운영책임자인 셈이다. 그 후 을사늑약을 거쳐 국권이 일제에 침탈되면서 민족정신 말살을 최대 과제로 삼았던 일제는 성균관과 향교에서 교육기능을 없애 버리고 서울에는 경성제국대학을, 지방에는 각급 관립학교를 세워 식민지교육을 실시했다.
1945년 해방 후, 미군정은 중앙교육기관으로 성균관을 복원하는 대신 경성제국대학을 국립서울대학교로 전환했고, 지방의 향교는 방치하면서 향교는 성현들에게 제사를 모시는 제향기능과 곳에 따라 학동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곳으로 그 기능이 거의 멸실되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전통문화에 기반한 정신교육,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인의예지(仁·義·禮·智)에 토대한 인간교육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고, 우리 사회는 도덕적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광주향교는 전국의 17개 시도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1광역시 1향교’인 곳으로 유림사회에서 그 위상이 매우 높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광주교육청을 비롯한 행정기관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정치권으로 부터도 중요하게 인식돼 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재직하던 대학에서의 정년퇴임과 함께 광주향교의 유학대학장에 부임한 후 경향각지의 향교와 서원을 찾아보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의 유림사회를 둘러보면서 우리 지역과의 확연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첫째, 영남지역에서는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가 취임 후 맨 먼저 들러 인사하는 곳이 대구향교라고 하며 여타 시·군·구의 행정직 책임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둘째, 외부인사들이 사전에 연락을 취한 후 향교와 서원을 방문하는 경우 전교(典校) 등 그곳 책임자들은 반드시 의관을 정제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셋째, 영남인으로 장·차관 및 국회의원 등 고위직을 역임 후에는 고향을 찾아 후학을 양성하거나 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데, 이러한 현상은 우리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광주향교는 그 위상으로 볼 때 전남지역 28개소의 향교는 물론이고 전북지역 26개소의 향교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향교는 언제부터인가 학식 및 덕망과는 거리가 있는 자들이 전교 선거에 입후보하고, 이어서 각종 잡음과 소송으로 번지면서 지역사회에서 외면 받게 되었고, 유림(儒林)들의 수준은 현저히 낮아지게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각종 수사 및 소송에서도 지역사회의 특성상 흑백이 분명히 가려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거나 조정 등이 이뤄지면서 기강이 확립되지 않은 채 정의(正義)가 바로서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대저 유림들이 조종(祖宗)으로 받드는 공맹(孔孟)의 가르침이 무엇인가? ‘인의예지’와 ‘예의염치’라고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이자 사회적 규범이 아닌가.
따라서 오늘날 광주향교가 일부 몰지각한 유림들로 인해 그 소임(所任)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이를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조선조 후기에 들어와 과거제도가 허물어지면서 향교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특히 일제 침탈 후 향교의 강학기능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빚어졌던 현상들을 생각해 볼 때 너무나도 분명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그동안 향교가 감당해 온 전통문화 및 인성교육이 멸실된다면 민족정기는 허물어질 것이고 장유유서와 상경(相敬)의 인성교육은 더 이상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600년의 역사를 지닌 광주향교에 지역사회의 보다 큰 관심과 질책이 있을 때, 이른바 ‘광주정신’도 더욱 빛을 발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유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