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 의대 갈등’ 부채질하는 동부권 국회의원들 대안 제시조차 없이 ‘전남도 공모 반대·순천대 유치’만 되풀이 “갈등 조정 대신 지역 이기주의 매몰 편협한 행보” 비판 쇄도 김재정 기자

2024년 06월 04일(화) 20:29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 동부권 일부 국회의원들이 전남권 의대 설립 관련 갈등을 키우고 있다. 여수·순천·광양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이 5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전남도 공모 반대, 순천대 의대 유치’를 촉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전남권 의대 설립 갈등 조정에 나서기는 커녕, 뚜렷한 대안 제시도 없이 전남도 공모에 반대하고 순천대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해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편협한 정치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철현(여수갑)·조계원(여수을)·김문수(순천·광양·구례·곡성갑)·권향엽(순천·광양·구례·곡성을) 국회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립의과대학 순천 유치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4일 사전 배포된 기자회견문은 ‘순천대학교 의대 신설로 전남 동부권의 취약한 의료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대학병원 여수 설치도 함께 노력하겠다’ 등 순천대 의대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은 “그간 공동·통합 의대를 주장해 왔던 전남도는 관련 지역과 대학의 의견 수렴 등 별도 협의 없이 ‘단일 의대’로 정책을 급선회하며 순천대와 목포대 중 1곳만 선정해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지역 의견 수렴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공모 방식으로 결정한 것부터 문제고, 공모 방식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명분도 될 수 없다”며 “전남도의 공모 방식이 전남 서부권, 즉 목포대 의대 신설을 전제로 한 수순이 아니라면 전남도민 전체의 노력으로 30년 만에 힘겹게 얻어낸 전남 의대 신설 절차는 지역별 특성과 수요를 반영해 공정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전남도 공모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인구 등 의료 수요, 지리적 환경, 경제 산업적 여건, 지역과 국가에 대한 기여도 등 다양하고 객관적인 요소와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인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을 전남 동부권에 설립하는 것은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타당한 결론”이라고 ‘동부권 의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남도민의 숙원인 국립의과대학이 꼭 순천대에 설립돼 전남 동부권의 취약한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고 전남 전체의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순천대 의대 유치에 주력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의대 설립 관련 갈등을 키우는 동부권 국회의원들의 행보에 자칫 전남권 의대 설립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남도 공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공모를 대체할 수 있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기자회견문에 담은 내용 대부분은 노관규 순천시장 등 순천지역 정치권에서 주장해온 내용과 판박이어서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전남 전체를 아울러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갈등 조정은 등한시한 채 ‘전남권 의대’가 아닌 ‘동부권 의대’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 동·서부권 별로 각자 목소리만 냈던 21대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전남도와 동부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수·순천·광양 국회의원들이 갈등 조장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며 “지역구에 매몰돼 대안도 없이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