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근대 체육 태동 이바지…학생·청년운동 ‘한 축’ [일제 저항 정신 깃든 녹성상회]<2>설립자 김후옥 장은정 기자 |
| 2024년 06월 04일(화) 2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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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만능 스포츠맨이자 학생운동가 김후옥이 광주 남구 사동에 설립한 녹성상회는 현재 남구청 소유이나, 뚜렷한 보존·활용 방안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건물에 깃든 ‘일제 저항 정신’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상태가 더욱 나빠질 경우 보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와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에 본보는 녹성상회가 갖는 의미를 환기시키며, 원형을 보존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집중 보도한다./편집자 주
유도와 권투 등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 광주지역에 ‘근대 체육’을 태동시킨 인물이자 광주 YMCA 주요 활동가에 이름을 올린 김후옥(金厚玉·사진).
그의 업적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일생 중 상당 부분이 불분명하다. 태어난 연도부터 1910년과 1911년으로 이견이 있고, 세상을 떠난 시기도 1979년과 1981년으로 나뉜다.
분명한 점은 김후옥이 광주 동구 수기동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1924년 광주 숭일학교를 졸업한 김후옥은 서울의 경신학교로 진학했으나, 1927년 동맹휴학 사건으로 퇴학당했다.
이후 그의 행적은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을 때 포착됐다. 학생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30년 출소한 김후옥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숭일학교 체육부에서 ‘유도 사범’ 등으로 활동했다. 스무살 안팎의 나이에 후학을 양성하는 사범으로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이 ‘몸 쓰는 것’에 눈을 떴고, 상경했을 당시 서울 YMCA에서 유도를 배웠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제는 항일운동 전적이 있는 김후옥을 탐탁치 않게 여겨 ‘무자격 사범’이라는 점을 빌미 삼아 강제로 손을 떼게 했다.
이에 김후옥은 다시 상경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유도 도장에서 3단의 사범 면허를 취득한 뒤 광주로 내려왔다.
일제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도장을 열 수 있게 된 김후옥은 광주 남구 사동에 녹성상회를 개소했다.
개소 시기는 1930년대 초로 추정된다. 1931년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이마저도 구술마다 차이가 있어 확실하지 않다.
녹성상회라는 이름은 건물 2층 외벽에 붙은 ‘녹색 별’ 모양의 장식에서 비롯됐는데, ‘에스페란토어’로 녹색은 ‘평화’, 별은 ‘희망’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김후옥은 유도와 권투 등을 가르쳤는데,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1층을 ‘점포’로 위장하며 고무신 등을 팔았다.
그러나 일제의 감시망에 결국 덜미가 잡혀 김후옥은 광주 YMCA가 있는 동구 충장로로 활동 반경을 옮겼다.
광주 YMCA 체육관 간사 겸 회관 내 종합체육관 관장을 맡은 김후옥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며 유도, 권투, 역도, 레슬링, 기계체조 등을 지도했다.
이 체육관은 1939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문을 닫기 전까지 광주지역 모든 사회체육운동이 이뤄져 김후옥과 함께 광주 근대 체육 태동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는다.
체육 활동 외에도 김후옥은 청년운동과 이들의 연대에도 기여했는데, 광주 YMCA 안에 조직한 소년척후대(보이스카우트)가 대표적인 산물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은 김후옥은 광주 YMCA 주요 지도자에 이름을 올렸다.
1939년 이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김후옥의 행적은 드문드문하다. 해방 후 김후옥은 상경해 대한민주청년연맹, 대동청년단, 대한청년단 등에서 활동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입대한다.
1960년 이후론 별다른 행적이 드러나지 않던 김후옥은 말년을 서울에서 보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용기 사직문화보존시민모임 대표는 “현재 김후옥과 관련해 남아있는 자료의 양이 많지 않은 데다,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다”면서도 “그가 청년운동과 더불어 광주 근대 체육 태동에 이바지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장은정 기자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