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권·당권 분리’ 원칙 후퇴하나 ‘상당·특별 사유시 대표 사퇴 시한 예외’ 허용할 듯 통과되면 李 2년 뒤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 가능 일각 “표현 굉장히 모호…이 대표에 오히려 부담” 김진수 기자

2024년 06월 09일(일) 16:57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당의 오랜 관행인 ‘대권·당권 분리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무위원회 결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키로 하고 빠르면 10일 최고위에서 의결할 방침이다.

현행 당헌은 대표·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무조건 선거일 1년 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반드시 1년 전 사퇴를 안 해도 되는 것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애초 당에서 추진하던 당헌 개정안이 ‘이재명 연임용’이라는 비판이 일자 지도부가 나름의 절충안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민주당 당헌당규개정태스크포스(TF)는 당헌에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나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 개정하려 해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기존 당헌에 대통령 궐위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결코 이 대표의 연임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다. 합리적 수준의 당헌 개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번 당헌 개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결국 ‘이 대표 연임용’이라는 주장이 여전한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앞서 지난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당헌을 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헌 개정에 찬성하는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재고를 건의했고 이들은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선 일정 변경’ 등의 문구를 빼는 방향으로 이 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헌의 모든 조항에 ‘특별한 상황,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달리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당 대표 사퇴 규정에만 예외 규정이 없다”며 “당헌의 불비한 면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헌 개정안이 ‘이재명 연임용’이라는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으로 만일 당무위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가 사퇴해야 하는 상황을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로 규정하면 이 대표가 대선 1년 전에 사퇴할 필요 없이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갖고 차기 대선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무엇보다 ‘상당하고 특별한 사유’란 표현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 놓은 조항을 그런 식으로 고치면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이 대표에게 오히려 부담만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헌 개정에 반대하는 한 의원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대권·당권 분리 원칙을 지켜온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런 방향으로 당헌이 개정되면 이 대표는 대표직 연임 후 차기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에 사퇴할 필요 없이 같은 해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한 다음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