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참사…더 이상은 비극 반복되지 않아야” [‘학동참사’ 3주기](하)안전사회 구축 절실 세월호·이태원 유가족 등 광주 찾아 추모제 참석 아픔 기억·연대 의미 담긴 ‘생명안전버스’ 선포식도 장은정 기자

2024년 06월 09일(일) 20:54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서 열린 학동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헌화하고 있다./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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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가족이 예기치 못한 ‘참사’로 곁을 떠나는 비극은 이젠 정말 없길 바랍니다.”

학동 붕괴 참사 3주기인 9일 유가족들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또 다른 참사 피해자들이 다시 한 번 ‘안전사회 구축’을 염원했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 광주 동구청사 앞에선 학동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개식 선언 후 3년 전 이날 참사가 발생했던 오후 4시22분이 되자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묵념하며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슬픔을 억눌러 보려 했으나,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을 순 없었다.

묵념 후 유가족들은 각자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 앞으로 다가가 흰 국화꽃을 올렸다.

일반 추모객들의 헌화가 이어지면서 헌화대는 금새 수북해 졌으나, 유가족의 슬픔을 덜진 못했다.

이진의 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참사로 세상을 떠난 9분 모두 그곳에선 아프지 않길 바란다”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편히 지내기만을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슬픔 속에서 재발 방지를 읍소했으나, 참사는 끊이질 않고 있다”며 “무고한 시민들이 더는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뒤이은 강기정 광주시장 등의 추모사가 끝나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학동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노래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노래 ‘잊지 않을게’를 부르며 떠난 이에겐 애도를, 남아있는 가족들에겐 ‘안전사회 구축을 위해 연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학동 참사 3주기 추모식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외에도 이태원, 7·18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 2·18대구지하철화재, 가습기살균제, 삼풍백화점붕괴 등 참사 피해자들로 구성된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함께했다.

추모식 전 이들은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추모하자는 뜻이 담긴 ‘생명안전버스’ 선포식을 통해 안전사회 구축을 촉구하며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 참사를 기억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는 “이 땅에 더 이상 참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성한 연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유가족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그 어떤 참사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학동4구역 붕괴 참사는 무리한 해체 방식, 불법재하도급 등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고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가 밝혀졌지만, 지지부진한 처벌에 유가족의 슬픔은 깊어만 가고 있다”며 “학동4구역 붕괴 참사 3주기를 추모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재난피해자 권리센터는 학동 참사 피해자 19명(부상자 7명·유가족 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부상자 전원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도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와 유가족 모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유가족의 25%는 이미 극단적 시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난피해자 권리센터는 트라우마 치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사고로 처참하게 망가진 ‘운림 54번’ 버스에 대한 영구 보존도 촉구했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