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의 독서’ 정책…“읽기의 즐거움이 최우선” <'다시 책으로' 독서교육이 미래교육을 만든다> (5)교육 선진국 프랑스 독서교육 방향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책 선택…독서→토론→논술 큰 소리로 책 읽기 등 동기 부여에 상상력 자극도 CNL·BNF 연계 ‘독서의 밤’ 등 프로그램 추진 김다이 기자

2024년 06월 10일(월) 20:34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BNF)의 중앙열람실인 오발(Salle Ovale)이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쳐 무료 개방됐다. 이에 매일 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방문하고 있다. /김다이 기자

프랑스는 정부가 열의를 갖고 독서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교육 선진국이다. 전 세계 관광도시 1위에 빛나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어디를 가든 책을 들고 다니는 이들을 볼 수 있어 프랑스의 독서 열기 및 독서교육 정책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스마트 기기 사용이 늘면서 프랑스 젊은 층이 종이책을 읽는 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파리 공원이나 지하철에서는 여전히 종이책, 종이 신문을 읽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유럽 곳곳에 봉쇄령이 시행된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는 서점과 도서관만은 열게 해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었다.

프랑스 대통령은 2021-2022년 독서를 국가적 대업으로 선택해 학생들이 독서를 마스터할 수 있도록 할뿐만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매일 독서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또 프랑스 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수업 교재에 대한 교사의 자율적 권한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에 교사들은 교과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책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 수업은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 논술까지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매년 학교 프로그램과 연결된 6-8권의 도서를 교사들이 선택하고 학생들에게 제공돼 수업 시간에 활용된다.

프랑스의 독서교육은 한국의 상황처럼 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습관화 해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리시교육청 관계자는 “프랑스 교육부는 독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모든 학생의 교육에서 독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필수적인 부분으로 어릴 때부터 문맹을 퇴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글을 쓰고 읽기 시작하는 만 6-7세부터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다뤄 유창하게 책을 읽을 수 있고 독서 취향을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한다.

프랑스 국립도서센터가 의뢰한 청소년 및 독서 조사에 따르면 7-19세 청소년 중 96%가 책을 읽으며 학교에서 89%, 여가시간에 78%가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는 2018년부터 ‘15분의 독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학교와 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독서할 수 있도록 학생, 교사·교직원이 일정 시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조용히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년동안 15분의 독서를 기반으로 일상에서 학생들이 독서를 하는 데 집중력과 편안함을 느껴 독서 습관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업 시간에 정기적으로 책을 큰 소리로 읽는 시간을 가져 책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고 표현력 등 다양한 자극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방학 기간에는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중학교 입학을 앞둔 CM2(한국 5학년) 학생들에게 유산 문학 모음집을 제공한다.

파리 7구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도서센터(Centre National du livre·CNL).

학교에서는 독서교육 강화를 위해 국립도서센터(CNL)와 연계해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독서의 밤 등 책과 독서에 관한 다양한 행사를 추진한다.

프랑스 학교 도서관과 파리 시내 곳곳에 있는 작은 서점 등을 통해 일상 속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은 매일 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찾아와 원하는 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1997년 새롭게 이전한 파리 13구에 위치한 디지털 도서관과 루브르 박물관-오페라 가르니에 사이에 위치한 옛 국립도서관으로 나눠져 있다. 옛 국립도서관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되다 1692년 일반인에 공개,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쳐 무료로 개방되기 시작해 학생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관계자는 “프랑스의 어린 친구들은 철학이나 만화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학생들의 투어 일정이 가득 차 있다”며 “2022년 9월부터 무료개방이 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시 교육청

“독서는 학교 교육 필수 프로그램”
●Olivier Charrière 파리시교육청 독서계획 담당 장학관

올리비에 샤리에르(Olivier Charrière)는 프랑스 정부와 연계해 파리시교육청의 독서 기본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올리비에 샤리에르는 “프랑스 학교에서 독서는 학기 내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최우선 순위”라며 “의무 교육을 받는 3-16세 학생들을 위한 독서계획이 마련돼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읽는 법과 독서의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치원에서는 학생들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리더 프로젝트(le projet du lecteur)가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읽기가 무엇인지, 왜 읽어야 하는지, 어휘 습득, 음운론을 배우게 된다”며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며 학기 시작부터 매일 독해 수업을 통해 읽는 법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리의 학교에서는 매일 2시간동안 소설, 만화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읽기를 배운다”며 “학생들은 문학 텍스트를 읽고 독해 전략을 배우며 다양한 글을 접해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전했다.

올리비에 샤리에르는 “유아원부터 바칼로레아까지 학생들은 문학과 프랑스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스토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상상력을 자극 받는다”며 “15분의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청소년과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독서를 하고 함께 책을 읽는 것을 통해 독서가 재미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더불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의 삶에도 독서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