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보호 사각지대’ 무적자…이번에는 신분 얻을까 민변 광주전남지부, 50대 추정 男 ‘성과 본 창설 허가’ 소송 “제도 혜택 못받아 안타까워…행정·법률적 검토 국적 특정” 안재영 기자

2024년 06월 17일(월) 19:57

사진=아이클릭아트

<속보>최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성명불상의 ‘무적자’(본보 6월14일자 6면 보도)가 최소한의 신분을 갖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민변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11일 광주가정법원에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무적자 A씨의 ‘성과 본’ 창설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광주지검으로부터 공익소송 의뢰를 받아 지난 2019년 1월29일 광주가정법원에 A씨의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A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은 “A씨가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6살 정도까지 국내에 살았기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며 항소했으나, 결과는 1심과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A씨는 신분을 갖출 첫 기회를 잃었으나, 지난해 3월 광주지검이 광주가정법원에 A씨를 대상으로 한 ‘특정후견 심판’을 청구,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A씨는 현재 특정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A씨의 생활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정후견인이 A씨와 관련된 사무의 처리를 어느 정도 대신할 순 있으나, 신분이 없는 탓에 A씨 스스로 무언갈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취득할 수 있는 운전면허의 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자신의 ‘이름’으로 개통하지 못하는 게 A씨가 처한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A씨의 특정후견인은 지역 법조계에 도움을 청했고, 사연을 전해 들은 민변 광주전남지부 공익소송단에선 성과 본 창설허가를 광주가정법원에 제기했다.

해당 재판의 심문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민변은 청구가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는 만큼 A씨가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먼저 행정·법률적 검토를 통해 확실히 할 계획이다.

지역 법조계에선 한 차례 기각된 청구가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지부장은 “앞선 청구 때와 취지는 같으나 원인 및 소명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며 “A씨의 국적이 어딘지 명확히 특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부지부장은 “법의 처벌을 받으나, 제도의 혜택은 못받는 상황이 안타까워 소송을 맡게 됐다”며 “A씨가 제도권 내로 편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13일 광주지법에서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A씨는 ‘성명불상’으로 재판을 받았는데 이는 극히 드문 경우라 법조계 안팎에선 “법의 처벌은 받지만, 보호는 못받는 사각지대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