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파랑길 76코스 고흥반도 지나 보성해변에서 공룡알 화석을 만나다 /정리=박희중 기자

2024년 06월 18일(화) 19:56

방조제 시멘트 틈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한 금계국이 노란 꽃을 피워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준다. 꽃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득량만이 꽃처럼 아름답다.

남파랑길 76코스가 시작되는 고흥군 대서면 신기마을 수문동에 도착했다. 남쪽으로 곶처럼 바다로 뻗어 나온 수문동은 바깥쪽에는 비교적 넓은 득량만이 자리하고, 안쪽은 만의 폭이 좁아진다.

이곳 수문동과 남쪽 두원면 대전리 사이는 득량만에서 남북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다.

장선해안절벽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층과 단층대를 형성하고 있다.해안절벽 앞에는 해변 단층지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바다위에 단층지질관찰로를 만들어놓았다.

수문동을 지나면서부터는 남서쪽으로 길게 자리 잡은 득량만의 몸체를 바라보며 걷게 된다. 수문동을 출발하자마자 해변길은 해안절벽과 마주한다. 해안절벽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층과 단층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안절벽 앞에는 해변 단층지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바다위에 단층지질관찰로를 만들어놓았다. 이곳은 퇴적된 지층이 기울어져 단층지질을 이뤘다. 침식된 바위절벽을 보면 물살에 부딪히고 굴려 깎인 동글동글한 조약돌들이 바위틈에 박혀 있다.
단층지질관찰로를 걷고 있으면 남서쪽으로 득량만이 길게 펼쳐진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 떠 있는 득량도도 바라보인다.

보성 오봉산을 비롯한 해변에 솟은 산봉우리들이 득량만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포근하다.

단층지질관찰로를 걷다가 낮은 야산을 넘어 수문동에서 장선포로 가는 2차선 도로로 내려온다. 남파랑길은 영운사라고 하는 해변에 자리한 조그마한 절 입구를 지나 장선포로 이어진다.

장선해변은 길지는 않지만 백사장과 방풍림이 있어 해수욕장을 이루고 있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 떠 있는 득량도도 바라보인다.

밀물 때가 되어 갯벌은 바닷물에 덮여있고, 해변 모래밭이 바닷물과 만나고 있다. 이곳 장선해변은 길지는 않지만 백사장과 방풍림이 있어 해수욕장을 이루고 있다. 장선해수욕장에서 바라보니 득량만방조제가 길쭉하게 이어지고, 그 옆으로 보성 오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득량만을 바라보고 있는 장선마을은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전설에 의하면 마을 주변경관이 수려하여 신선이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다해 ‘장선’(長仙)이라 했다. 득량만과 접한 마을에 백사장이 길게 형성돼 있어 ‘장사포’라 불러오다가 1930년경 ‘장선’(長善)으로 고쳐 불렀다고도 한다.

장선마을 앞에는 장선도라 불리는 아주 작은 섬이 떠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장선도 주변은 갯벌로 변한다.마을 앞에서 장선도까지 길이 415m, 폭 1.5m에 이르는 데크형 노두길이 놓여있다.

장선마을 앞에는 장선도라 불리는 아주 작은 섬이 떠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장선도 주변은 갯벌로 변한다. 마을 앞에서 장선도까지 길이 415m, 폭 1.5m에 이르는 데크형 노두길이 놓여있다. 마을 앞바다에 장선도가 있어 풍경은 아름다워졌고, 마을주민들에게는 항상 든든한 친구가 돼준다.

서향을 하고 있는 장선해변에서는 득량만을 붉게 물들이며 보성 오봉산을 넘어가는 낙조를 예쁘게 바라볼 수 있다.

마을 앞 해변에는 장선포라 불리는 조그마한 포구가 있다. 장선포구 방조제에 서 있으니 장선도를 둘러싼 고흥반도와 보성의 산줄기, 그리고 득량만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는 중이라 장선도로 연결된 노둣길의 흔적이 조금씩 드러난다.

득량만방조제를 따라 걷는다. 방조제 바깥쪽은 갯벌을 드러낸 득량만이 넓게 펼쳐진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서는 어선 몇 대가 조업을 하고 있다. 득량만방조제를 ¼쯤 지나 보성 땅에 접어든다. 길었던 남파랑길 고흥구간이 보성구간으로 넘어간다.

득량만방조제는 일제강점기 때인 1937년 준공됐다. 방조제 길이가 자그마치 4.5㎞에 달한다. 방조제가 준공되면서 안쪽 보성군 득량면과 조성면 일대에 예당평야라고 불리는 드넓은 간척지가 생겼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방조제 주변에는 커다란 담수호와 갈대밭이 형성된 습지가 만들어졌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방조제 주변에는 커다란 담수호와 갈대밭이 형성된 습지가 만들어졌다.

갈대밭이 있는 예당습지에는 예당습지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예당습지생태공원에는 갈대밭 사이로 놓인 데크길을 비롯해 풍차가 설치돼 있고, 계절별로 다양한 꽃을 피우는 꽃밭도 조성돼 있다.

득량만방조제를 걸으면서 예당습지생태공원을 한눈에 바라본다. 길을 걸을수록 보성 오봉산은 점점 가까워지고 고흥반도는 점점 멀어진다.

고흥의 대표적인 산 팔영산 여덟 봉우리는 멀리 떨어진 득량만방조제에서 바라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고흥의 대표적인 산 팔영산 여덟 봉우리는 멀리 떨어진 득량만방조제에서 바라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팔영산 뿐만 아니라 고흥반도에 솟은 수많은 산들이 득량만을 감싸고 있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방조제 아래 녹차해안도로에는 노랗게 핀 금계국이 지나는 차량에게 꽃다발을 선사한다.

방조제 시멘트 틈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한 금계국이 노란 꽃을 피워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준다.

방조제 바깥 갯벌에서는 주꾸미와 낙지 같은 연체동물이 많이 잡힌다. 주꾸미를 잡는 큰 조개껍질 모양의 어구가 방조제 근처에 많이 쌓여있다. 득량만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 해평선착장이 있다. 해평선착장에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으면서 득량만으로 조업 나갈 태세를 하고 있다.

득량만방조제를 건너 오봉산 자락 도로에 접어드니 본격적으로 보성 땅에 접어든 느낌이다. 오봉산 자락에 형성된 농경지에는 감자와 옥수수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감자는 수확이 한창이고, 옥수수는 일찍 심어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득량 감자와 옥수수는 넓은 밭과 논에서 대량으로 재배된다. 감자수확을 끝낸 밭에는 쪽파를 심는다. 감자와 옥수수, 쪽파는 득량면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오봉산에 기대고 있는 마을들은 가깝게는 옥수수와 감자밭을, 멀리는 득량만을 바라보고 있다.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 여러 마을을 지나 비봉리해변으로 나아간다.

백악기에는 득량만 일대가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수 일대에서 공룡이 서식하면서 남긴 화석이 비봉리해변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봉리해변에는 비봉공룡공원이 조성돼 있다. 비봉리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인 약 1억 년 전 공룡들이 알을 낳았던 산란지이자 세계적인 공룡알 화석지이다. 발견된 알은 대부분 부화된 후 화석화 된 것으로 용각류(목이 길고 꼬리가 길었던 거대한 초식공룡)와 조각류(두발, 네발로 걸었던 초식공룡)의 알로 밝혀졌다.

비봉공룡공원 해변 갯벌위에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서 있다.

비봉공룡공원 해변 갯벌위에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서 있다. 보성군 비봉리 일대에서 많이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각류 공룡의 모습을 재현했다.

대표적인 용각류 공룡인 브라키오 사우루스의 모습을 기초로 현대적 감각의 조형물로 재구성해 만들었다. 암수 한 쌍이 갓 부화한 새끼공룡과 알을 바라보며 하트 형상으로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고 관람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룡 조형물을 지나면 비봉선착장에 이른다. 선착장 앞에서 득량만과 고흥반도를 바라본다. 보성 쪽에서 본 득량만과 고흥반도 역시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여행쪽지

▶남파랑길 76코스는 고흥과 보성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득량만방조제를 지나 보성군 득량면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고흥반도, 보성의 산줄기와 어울린 득량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맛보면서 걷다보면 1억 년 전 공룡이 알을 낳았던 공룡알 화석지를 만날 수 있다.
※코스 : 신기수문동버스정류장→장선마을→득량만방조제→해평선착장→구룡마을→청암버스정류장→비봉공룡공원입구
※거리, 소요시간 : 13.9㎞, 4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신기수문동버스정류장(전남 고흥군 대서면 동서로 1015)


<장갑수·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