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203)육십사괘해설:57. 손위풍(巽爲風) 下 “육사(田獲三品), 구오(先庚三日 後庚三日 吉), 상구(喪其資斧)”

2024년 06월 20일(목) 19:55

손괘 육사의 효사는 ‘회망, 전획삼품’(悔亡, 田獲三品)이다. 즉, ‘후회함이 없다. 사냥을 나가 삼품(닭, 양, 꿩)을 얻어 큰 공을 세운다’는 뜻이다.

사효는 음위에 음효로서 그 위가 바르고 유순하나 정응하는 효가 없다. 그러나 강효 구삼의 위에 올라타 있고(乘) 올바른 위치에서 유순 겸손한 자세로 양효밑에 들어가 구오와 음양 상비(相比)해 군위를 섬기고 있는 상이다. 이러한 겸양 유순의 덕성으로 인해 가슴에 맺힌 회한들이 사라지고(悔亡), 사냥을 나가 삼품을 모두 획득하는 큰 공을 세워 영예를 얻는다. 육사는 순정(純正)하게 윗사람들을 공경하게 모시고 유순하게 행동한 결과로써 이러한 길경(吉慶)한 일이 생긴다.

상전에서는 ‘사냥을 나가 삼품을 얻는다는 것은 성공함을 뜻한다’고 해 ‘전획삼품 유공야’(田獲三品 有功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재물이 좋고 손(巽)은 세배의 이익을 상징하므로 세 가지 좋은 것을 얻는다. 시험운은 별로다.

육사의 효사에서 ‘회망’(悔亡)의 ‘회’(悔)는 대상전(大象傳)에서 ‘중손이신명’(重巽以申命)이라 해 ‘종손풍은 손순(巽順)으로써 명을 신중히 받는다’고 했던 것처럼, 명령은 널리 퍼지기 어렵고 또한 모든 기쁨은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것이니 반복해서 철저를 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근심을 말한다.

원래 손은 명령하는 일과 따르는 일의 두 양면을 보는 것으로, 상괘는 명령해서 따르게 하는 것을 주안(主眼)으로 하고 하괘는 따르는 것을 주된 관점으로 본다.

육사는 구오 존위(尊位)의 측근에 있어서 아래에 명(命)을 내리고 직접 정사(政事)에 임하는 위치에 있고, 또한 손의 올바른 정주(正主)로서 바람의 성덕(聖德)을 갖춰 사냥에서 겨눈 사냥감을 잘못 없이 많이 잡을 수 있는 것처럼, 그 명령이 멀리 이르러 미쳐서 후회가 없게끔 할 뿐 아니라 결국 성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육사는 손의 주효이고 삼·사·오효의 이화 호체의 주(主)가 돼 있어 사냥에서 삼품에 해당하는 초·이·삼의 손(巽)의 닭, 이·삼사의 태(兌)의 양, 삼·사·오의 이(離)의 꿩 등 많고 좋은 사냥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구사를 얻으면, 위로부터 신임을 받고 아래에서도 신뢰를 얻어 뜻을 이룬다. 손의 상리(商利)를 거머쥐는 때이다. 따라서 몸을 낮추고 스스로 나아가 부지런히 일해서 이익을 보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없이 행운만 기다리고 있으면 안된다. 육사의 인물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성공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운기, 운세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 실력을 키울 기회가 주어지고 크게 활약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독단을 삼가고 남을 따라야 하니 유순겸허(柔順謙虛)를 잃으면 안된다. 변구괘(變 卦)는 돌연히 생각지 못한 일을 만날 수 있어 호조(好調)의 시기에 태만히 하면 뜻밖의 이성을 만나 재액을 당하는 일이 있다.


손괘 구오의 효사는 ‘정길 회망 무불리, 무초유종, 선경삼일 후경삼일 길’(貞吉 悔亡 无不利, 无初有終, 先庚三日 後庚三日 吉)이다. 즉, ‘정도를 지키니 길하고 회한이 사라지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처음은 없으나 마침은 있다. 경일에서 삼일 먼저하고 경일에서 삼일 뒤에 변혁하면 길하다’는 뜻이다.

오효는 양위에 양효로 그 위가 바른 강건중정한 군주로서 중용의 미덕을 갖췄다. 유순정위에 있는 육사 대신과 친비해 바른 보필을 받고 있다. 구오는 손괘의 주효이고 군주의 명령을 발동하는 자리이다.

순종 겸허한 손괘라 하더라도 군주가 겸손 유순하면 군주의 권위와 위엄을 지킬 수는 없다. 구오는 군주로서의 이러한 강간중정의 권위와 존엄성 등 모든 자격과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군주가 하는 일은 항상 길하고(貞吉) 후회스러운 일이 없으며(悔亡) 이롭지 못할 일이 없다(无不利)는 것이다.

군주가 처음에 하는 일은 민심이 따르지 않을 수 있으나 올바른 군주의 일은 민심이 호응해 결국 잘 진행돼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无初有終). 이러한 일을 하는 방법은 경(庚)은 바꾼다는 뜻으로 정사(政事)를 변경시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인데, 그 구상과 시책의 정밀한 수립은 경의 삼일 전에 해당하는 정일(丁日)에 정중하고 면밀하게 생각해 두고(先庚三日) 시행은 경일에 하되 경일 삼일 후 계일(癸日)에 시행한 일에 대해 신중히 규탁(規度)해보고 시세(時勢)에 맞는지를 고려하고 또 고려해 보아야 한다(後庚三日)는 뜻이다. 즉 정일에 시작해서 계일에 끝내야 한다.

상전에서는 ‘구오가 길한 것은 자리가 중정하기 때문’이라고 해 ‘구오지길 위중정야’(九五之吉 位中正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빨리 개혁하고 변화하는 시기이다. 전반기는 좋지 않고 후반기는 좋다. 흔들리지 말고 일을 추진하고 어떤 일이든지 신속하게 해야 한다. 상황에 민첩하게 행동하면 길하고 시험운도 좋다.

구오는 명령이 발령, 발표되는 자리이나 이효가 불응(不應)해 명령이 금방 멀리 퍼지기 어려워 후회가 생긴다. 하지만 단전에서는 ‘양강의 구오가 중정에 손순(巽順)해 뜻이 행해 진다’고 해서 ‘강손호중정이지행’(剛巽乎中正而志行)이라 하면서 구오의 명령이 처음에는 행해지기 어려워도 점차 따라하고 복종하게 돼 후회없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

신명(申命)의 도(道)를 발하는 방법이 바로 ‘선경삼일 후경삼일’이다. 변괘가 산풍고(山風蠱)로 고괘(蠱卦)는 일의 걸림이 많아 나아가는 것이 더디고 풍속이나 질서가 문란함이니, 이를 미리 예방해서 인심(人心)을 항상 새롭게 하는 명령을 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일이다.

그 명령은 바람이 부는 데에 따라서 새로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농작물의 병충해를 없애어 진작(振作)시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경(庚)이다. 경은 물건을 갱신(更新)하는 것으로 그 경의 세 번째 앞의 천간이 정(丁)이고, 뒤에 세 번째 있는 것이 계(癸)이다.

정(丁)은 ‘정중함’을 나타내고 계(癸)는 ‘생각하고 헤아리는 것’을 뜻한다. 효변인 고괘의 육오에 ‘선갑삼일 후갑삼일’(先甲三日 後甲三日)의 단사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易)의 치밀함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구오를 만나면, 처음에 곤란함이 있어도 끈기있게 노력하면 잘 된다. 경(庚)에 변화를 시도하면 점점 통한다고 해도 대변혁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어떤 일을 계속하기 위한 개선(改善)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목적과 수단을 잘못 선택하지 않도록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다.

운기, 운세는 변화가 없는 일상에 묻혀 자력(自力)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손대면 실패하며 기분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수단을 강구하면서 그 본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바라는 바 등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중도에 기다리지 못하면 방황한다.


손괘를 얻을 때는 상하 모든 사람의 마음은 바람의 성질로 공손하고 복종적이며 교제는 원활하고 아첨하며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일 뿐, 자립할 마음은 전혀 없다.

이제 오효를 얻었으니 드디어 이러한 폐해를 개혁해야 하는 때로서 ‘정길 회망 무불리’(貞吉 悔亡 无不利)라 한 것이고 그 시기는 ‘선경후경’(先庚後庚 三日)이라 했으니 천간 정(丁)일에서 시작해 계(癸)일 사이에 빠른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러한 바와 같이 개혁을 시도했다.

‘모 여인의 재혼 가부(可否)의 길흉 여하’를 문점해, 삼변서로 입서해 손괘 구오가 동해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손은 명령이 중복된다는 중괘(重卦)의 상으로 초혼에는 기쁘지 않지만 재혼에는 오히려 길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구오의 효사에 ‘회망 무불리 무초유종’(悔亡 无不利 无初有終)이라 했으니 처음에 했던 초혼은 잘 되지 않았지만, 두 번째로 하는 재혼은 끝을 본다는 의미가 있어 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중서법(重筮法)으로 입서해 이와 같은 괘를 얻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약서(略筮)의 경우에는 효위(爻位)와 효사(爻辭)를 중심으로 판단하니 이러한 해석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중서법에서는 효위보다는 오히려 효변(爻變)의 변괘(變卦)를 중시해 효의 뜻을 판단하는 서법이다. 그래서 약서법의 경우보다 중서법에서는 지괘의 존재가 중요하다. 이 경우에 중서에 의한 지괘로 역시 산풍고(山風蠱)를 얻었다면, ‘고’(蠱)는 ‘물건이 썩어서 부패되고 벌레가 생긴다’는 괘로, 재혼하려는 여자가 초혼의 이혼 후에 재혼을 하면 세 마리의 벌레가 접시 위에 있는 썩은 고기를 보고 서로 싸우는 것과 같은 추잡한 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단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중서법에 의해 역괘를 보았다면 ‘먼저 상대방의 속사정을 자세히 조사해보고, 재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대에 대한 조사를 권했다. 조사해 본 결과인 즉, 중서법에 위한 점단과 같은 사실이 판명돼 재혼을 보류했다.

이 ‘실점예’를 통해 약서와 중서의 차이를 알 수 있고 서법에 따른 판단의 단초(端初)와 핵심을 잘 파악해 둬야 실점에서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손괘 상구의 효사는 ‘손재상하, 상기자부 정흉’(巽在牀下, 喪其資斧 貞凶)이다. 즉, ‘공손함이 상 아래에 있다. 돈과 권력을 잃으니 정도를 지켜 흉함을 방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효는 음위에 양효가 있어 강건한 재능은 있으나 음위에 있어 기력이 약하고 위치가 바르지 않아 그 뜻도 온당치 못하다. 괘의 극에 있고 손순(巽順)의 괘의 도(道)가 지나쳤으니 손순이 아니고 비순(否順)이며 건괘(乾卦)의 상효인 항용(亢龍)에 해당한다. 즉, 손순의 도가 지나쳐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인간이 돼 양의 강건한 덕성을 잃어버렸다(巽在狀下). 즉, 유순으로 지나치게 아부해 오히려 재물과 권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喪其資斧 貞凶).

효사의 정흉에서 ‘정’(貞)은 ‘올바르다’는 의미가 아니고 ‘올바름을 고집하다’는 의미가 돼 흉을 보게 된 것이다. 상전에서는 ‘공손함이 상 아래에 있다는 것은 궁극에 올라갔기 때문이요, 돈과 권력을 잃었다는 것은 양강의 정도를 지켜 흉함을 막아야 함을 말한다’고 해 ‘손재상하 상궁야 상기자부 정호흉야’(巽在牀下 上窮也 喪其資斧 正乎凶也)라 말한다.

이때는 무엇인가 잃는 시기로 재정과 권력을 잃고 건강 역시 좋지 않다. 그러나, 상효가 변하면 수정풍 상효가 돼 어려움 속에서 힘들게 이뤄지는 기쁨이 있다. 어렵지만 잘 헤쳐 나간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상구를 얻으면, 지나친 욕심을 취하기 위하여 자신을 낮추는 방법이 잘못돼 남이 만만하게 보아 바보 취급을 하거나, 의심과 비난을 받아서 그 지위를 잃는 일이 있다. 변괘가 정괘(井卦)로 정(井)은 ‘중간에 일을 깨버린다’는 의미가 있고 변감(變坎)은 ‘어려움, 도난의 상’이 돼 운기, 운세에서 사기나 도난을 당할 우려가 있으며 해직이나 사직할 수 있으니 지나치게 깊이 빠지지 말고 끊어야 할 것은 과감히 끊어야 한다. 바라는 바는 통달이 불가하니 뇌물이나 아부는 오히려 결과를 악화시킨다.

‘고도탄상’(高島呑象)은 ‘실점예’에서 ‘상효는 손의 극으로 양이면서 음위에 있어 재능은 있어도 뜻이 약하다. 상효는 구오와 육사의 결단에 의해 개혁할 것을 희망하나 개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돈과 권력을 잃고 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락이수’(河洛理數)에서는 ‘변괘가 수풍정 상효(井收 勿幕 有孚 元吉)가 돼 흉중유구(凶中有救)하고 절처봉생(絶處逢生)해 도리어 성공의 기쁨이 있다(反有成功之喜)’고 말하고 있다.

상효는 비가 오기 전에 창을 수리, 개혁해야 하는 절처봉생의 때로 처음에는 어렵고 나중에는 회복한다. 따라서 이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하기 나름이다.

실전에서 살펴보면 ‘선거 당선 여하’점에서 손괘 상효를 만나 당선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난다. 그 까닭을 궁구(窮究)해 보면, 변정괘(變井卦)의 상효에 ‘정수물막 유부원길’(井收勿幕 有孚元吉)이라는 효사가 길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되며, 역시 상전에서도 이를 ‘대덕원길 대성야’(大德元吉 大成也)’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도 삼변서와 육변서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고, 육변서에서 길흉 여하는 변괘와 변효사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됨을 알 수 있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