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시예술 스펙트럼…무한한 ‘울림’을 마주하다 ‘우주의 언어-수’·‘한국미술명작’…광주시립미술관 여름특별전 최명진 기자

2024년 06월 23일(일) 19:19

예술작품 속 수학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 ‘우주의 언어-수’ 전시 전경.

광주시립미술관이 여름을 맞아 블록버스터급 전시 두 개를 펼친다.

오는 8월15일까지 본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는 ‘우주의 언어-수’, 3-6전시실에서 펼쳐지는 ‘한국미술명작’ 전시다. 특히 이 두 전시는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추진하는 유료 전시로, 지역 미술계의 건강한 관람 문화 조성에 대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22명 작가가 참여한 ‘우주의 언어-수’는 시립미술관 소장품과 참여작가들의 신작 등으로 구성됐다.

문득 보기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수학과 미술의 만남이다. 수학을 활용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꾸며졌다.

전시장 초입을 장식한 작품은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승천하는 수’. 인간과 신이 숫자로 연결되는 관계를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수많은 공식과 질서, 법칙의 텍스트가 하늘에서 쏟아지다 일정 시간이 되면 다시 승천하는 모습은 수학적 질서가 위로부터 기인된 것임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칠판을 빼곡히 채운 수식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현호 작가의 강연 퍼포먼스 작품이다. 실제 강연에 사용했던 칠판과 이틀 동안 촬영한 강의 영상이 함께 전시돼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학’에 대해 개념적으로 접근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도나 인체 해부도 등을 회화에 접목시킨 작품도 있다. 권영성 작가의 회화는 마치 도표나 그래프와 같은 형상을 띠는데,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표현한 하나의 지도나 조감도를 떠올리게 한다.

Space0의 미디어아트 ‘Eternal Light’ 전경

기술공학을 이용한 키네틱아트 작품도 눈길을 끈다.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는 커다란 꽃의 형상을 한 최우람 작가의 ‘하나’다.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한다는 작가는 마치 시간을 담은 역사의 페이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한호·장성민 작가의 화려한 미디어아트 작품도 전시장 한쪽 공간에 마련돼 있다. NASA에서 제공받은 빅데이터를 시각 영상화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Space0의 작품 ‘Eternal Light’다. 우주의 무한성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에는 거울을 설치해 또다른 우주를 탐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미술명작’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이중섭 작품들.

미술관 2층으로 올라가면 130여 년에 걸친 한국미술의 흐름과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장이 펼쳐진다.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30여명 작가와 그들의 작품 140여점을 선보이는 ‘한국미술명작’ 전시다.

국내 주요 공립미술관, 문화재단, 가나컬렉션, 이건희컬렉션, 개인컬렉션 등 전국 곳곳에서 대여한 20세기 한국미술 대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서 소개된다.

미술 경매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김환기·이우환 작가를 비롯해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 회고전이 개최되는 등 최근 각광 받는 배운성·장욱진 등의 대표작들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구본웅·권옥연·권진규·김기창·김은호·문학진·박노수·박래현·박생광·변관식·신학철·양수아·오지호·이대원·이상범·이응노·임직순·전혁림·최욱경·하인두·한묵 등 유명 작가들의 주요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는 총 4개 주제로 이뤄졌다.

‘상상의 공동체를 넘어’ 섹션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인 이중섭의 ‘해초와 아이들’, 장욱진의 ‘사찰’ 등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미술애호가로 알려진 RM이 컬렉션한 것과 같은 모티브의 박고석 작가의 ‘설악 울산바위’는 유족들이 보존하고 있었던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우아와 아름다움의 세계’에서는 이인성 작가의 ‘복숭아’, 허백련의 ‘하경산수’ 등 쉽게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관람객들과 만난다.

‘이성과 합리, 이상향’을 주제로 한 섹션에서는 서구의 기하학적 추상을 한국적 정서로 담아낸 유영국의 회화, 문신의 조각 작품들을 전시한다.

마지막 섹션인 ‘정체성과 삶’에서는 연화도를 모티브로 민중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팔엽일화’, 서양의 기법과 형식을 빌려와 조선의 마음을 담아낸 수작이라 평가받는 배운성 작가의 ‘가족도’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현재 베니스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 신비로운 색감의 이성자 작가 회화, 병풍으로 제작된 천경자 작가의 ‘영모도’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살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시민 삶과 함께하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