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정신 깃든 韓 추상미술 ‘한자리’ ●내달15일까지 하정웅미술관 컬렉션전 실험정신 넘치는 1970년대 모노크롬 회화부터 지역 추상미술계 역사 담긴 아카이브까지 김창열·박서보 등 27명 작가 60여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4년 07월 01일(월) 19:53

이성자作 ‘극지로 가는길’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광주시에 2천600여점의 작품을 기증한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는 전시공간이다. 영암 출신 재일 한국인 하정웅 선생의 컬렉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 60%를 차지할 정도다. 방대한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수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그의 컬렉션은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 수준을 높이고 미술관 위상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정웅 컬렉션 가운데 20세기 중후반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들의 추상미술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다음달 15일까지 하정웅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 전시다.

박서보作 ‘묘법 6-80’

김창열作 ‘work’

김종일作 ‘존재2001-1’

우제길作 ‘work89-1026’

전시에서는 박서보, 김창열, 윤명로 등 한국 추상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 27명의 작품 66점과 아카이브 40여점을 선보인다.

하정웅 선생은 1980년대 일본에서 열린 국제 전시 ‘한일현대미술전’에서 박서보 등 한국추상미술 작가들을 만났고, 40년 간 그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한국에 방문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들의 작업실을 방문, 작품을 수집했으며 해당 작품들은 미술관에 기증됐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자율성,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를 한 한국 대표 추상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와 함께 호남 추상미술을 전개하고 발전시킨 중요한 작가의 작품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단색화 전통’, ‘추상미술의 다양화’, ‘1세대 추상미술’,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 등 주제별로 구성됐다.

먼저 ‘단색화 전통’은 1970년대 모노크롬 추상미술을 다룬다. 이들은 대상의 구별을 없애고 화면을 하나의 평면으로 취급하면서 그 안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추구했다. 하정웅컬렉션 모노크롬 작가로는 김종일·김진석·박서보·윤형근·정상화·정영렬·최명영·최종섭·하종현·허황 등이 있다.

‘추상미술의 다양화’ 섹션에서는 1960년대 후반 이후 다양한 미적 개념과 표현 양식으로 추상미술을 전개한 한국 아방가르드 작가를 조명한다. 이들 작가 중 1920년대 이전 출생한 ‘1세대 추상미술’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추상미술의 깊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김창열·문신·이두식·이성자·이항성·우제길·윤명로·이세득 등 작품을 전시한다.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는 한국추상미술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호남 추상미술 작가에 대한 전시다.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 추상미술을 이끈 미술 단체인 에뽀끄에 관한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출품작은 한국과 호남 추상 화단의 선구자인 양수아·강용운을 비롯해 에뽀끄를 중심으로 활동한 김용복·김종일·우제길·장지환·최종섭·최재창 등 작품이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하정웅컬렉션 중심 한국추상미술 작가 전시를 통해 미술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예술의 고장 광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며 “미술과 예술가를 사랑한 하정웅 명예관장이 전하는 행복과 진정한 메세나 정신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