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공간혁신 “백화점이 진화한다” 신규 브랜드·디저트 매장 입점…젊은 고객층 유치 온라인 차별화 체험존·대형화 등 공간 활용 주효 정은솔 기자

2024년 07월 04일(목) 20:00

광주신세계 본관 1층 요기보 체험존을 찾은 방문객들이 빈백에 앉아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사과당의 긴 대기줄

#정다혜(27·여)씨는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사과당 디저트 팝업 매장이 오픈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구매를 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주말 오전 일찍 백화점을 찾았지만,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선 탓에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사과 파이를 맛볼 수 있었다. 이후 백화점을 둘러보며 운동화 한켤레를 구매하고 점심까지 해결했다. 다혜씨는 새로운 디저트 매장이 들어온다면 앞으로도 주말 오전을 할애할 의향이 있었다.

#박현정(30·여)씨는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 5층에 ‘마뗑킴’이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SNS나 온라인을 통해서만 보던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게 된 현정씨는 상품 목록을 만들어 매장으로 향했다. 평소 온라인을 통해 국내 디자이너 의류를 구입하던 현정씨는 앞으로는 백화점에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을 통해 식재료부터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고물가에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시대적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앞세워 체험존을 운영하고 F&B 매장을 강화하는 한편,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가 선호하는 신규 브랜드를 입점하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적극적인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광주 디저트 성지·이색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푸드플라자’

과거 백화점은 명품, 의류, 화장품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쇼핑뿐만 아니라 식사, 디저트 등 미식을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족 나들이와 친구들과의 모임을 즐기려는 고객들의 수요를 겨냥해 F&B 매장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22년 리뉴얼을 마친 본관 지하 1층의 푸드플라자는 새로운 디저트와 이색 먹거리를 찾는 2030세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9년 리뉴얼 당시 지역 업체인 소맥베이커리, 궁전제과를 비롯해 2021년에는 함평의 딸기케이크 맛집 키친205와 육각커피 등이 입점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에는 버터 아이스크림으로 주목 받는 ‘뵈르뵈르’와 도넛 브랜드 노티드 등을 호남 최초로 입점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정식 입점은 아니지만 새로운 디저트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에 2030세대들이 대거 몰리면서 모객 효과를 내고 있다.

올해에는 SNS에서만 접하던 인기 디저트 매장인 충남 예산의 사과당, 전남 담양의 코튼드수플레, 청주의 카페 노리를 비롯해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이치란 라멘 팝업을 열었다.

특히 사과당의 경우 팝업 기간 내내 늘어선 대기줄로 매장 운영이 한달 간 연장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새로움 더하는 팝업스토어·트렌드 더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자투리 공간의 임시매장 정도로 여겨졌던 팝업스토어가 최근 백화점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면서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당장은 구매력이 크지 않지만 미래 고객층인 2030세대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신 유행을 따르는 디자이너 브랜드 입점도 늘었다.

광주신세계는 올해 송지오옴므-워너브라더스, 랩-기아타이거즈 콜라보 팝업스토어와 BTS-토이 스토리의 골프 상품, 유명 만화 캐릭터가 총 출동한 텐텐문방구 팝업 등을 잇달아 열었다. 특정 기간 동안 짧게 열리고 없어지는 희소성 때문에 신규·기존고객 모두에게 인기다.

고가의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던 패션 매장도 MZ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한다.

지난해 10월 입점한 마뗑킴(matin kim)은 여느 매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스피커를 통해 감각적인 음악이 울려 퍼지고 고객들은 자유롭게 의류와 소품들을 둘러보고 착용해본다.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손꼽히는 마뗑킴의 지난해 매출은 1천 여억원을 기록했다.

복고 열풍을 타고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브랜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와 디자이너 브랜드 ‘인사일런스’(INSILENCE) 역시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20-30대 MZ세대 고객들의 최대 관심사는 ‘새로운 것’”이라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경험을 선호하는 수요를 겨냥해 지역에 없는 디저트 가게나 패션 브랜드들을 입점하면 고객 유입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더 쾌적하게 더 크게’…매장 리뉴얼·체류 공간 확대

광주신세계는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고 갤러리와 체험존을 통해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13년 만의 대대적인 전관 리뉴얼을 통해 명품, 해외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총 100여개의 신규 브랜드를 입점하고 8천264㎡(2천500평)로 확장한 기존 패션스트리트 매장의 명칭을 ‘신관’으로 바꿨다.

이어 본관 지하 1층에 전국 유명 맛집을 모아 놓은 푸드플라자와 고메스트리트를 새롭게 열었고 8층에는 2천694㎡(815평) 규모의 럭셔리 리빙 전문관을 선보였다.

2021년에는 본관과 신관을 잇는 지하 1층 연결 통로의 명칭을 ‘스페셜 스테이지’로 정하고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감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 시키기도 했다.

1995년부터 운영 중인 본관 1층의 신세계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6월에는 본관 1층의 광장을 활용해 빈백과 바디필로우를 자유롭게 이용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간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팝업스토어, 매장 리뉴얼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