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해일이 오고 있다 / 천세진 |
| 2024년 07월 07일(일)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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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계의 방향을 바꾼다. 홀로 발생한 문제들이고 크기가 작다면 찻잔 속에 가둘만한 갈등이나 일으키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각각의 문제들이 본래 가야 할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크기가 만만치 않고 게다가 여러 문제가 모여 있다면 이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성격이 확연히 다른 문제들이 물리적 화학적으로 충돌하며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오히려 당연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1900년은 지구와 인류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20세기 이후의 인류공동체는 20세기 이전의 인류와는 다른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질적으로도 다르지만 크기가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파괴력 또한 강해졌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지리적, 종교적 문제 등 모든 문제가 힘과 덩치가 커지며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울타리를 넘어서 폭주하게 됐다. 울타리 안에서도 길이 잘 들여지지 않는 문제들이었는데 그 문제들이 울 밖에서 충돌하게 되었다. 길이 드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모든 공동체와 개인은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들의 크기와 시급성을 따져 대응한다. 그에 따라 세계와 개인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한다. 현명한 공동체와 개인은 최선의 방향을 찾아낼 것이고, 그렇지 못한 공동체와 개인은 문제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을 것이다.
현재 세계의 가장 시급하고 영향력이 큰 문제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후 위기 이상의 문제를 찾을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기후학자들은 “이번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이견 없이 내놓고 있다. 실제로 체감하는 기후는 기후학자들의 진단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방향의 진행이 10년 쯤 더 이어지면 인류는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도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들의 정책과 공동체 곳곳에서 발견되는 풍경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진지한 대응을 느낄 수 없다. 위기는 생각과 행동의 전환을 통해 해소할 수 있고, 그때의 행동과 생각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입으로는 위기를 말하면서도 실제의 행동은 위기를 해소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며 꾸리고 있는 미래는 주식 투자, 과도한 소비, 먹방, 해외여행(오버투어리즘), 아파트 투기,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건물 짓기, 국지적으로는 줄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멈출 줄 모르는 인구증가 같은 일들이 조금도 기세를 꺾지 않는 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삶의 모든 방식이 울타리 안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되고, 이동 반경을 줄이고, 파괴적 소비를 줄이고, 건축을 유발하는 정책을 축소해야만 위기 지수가 조금이라도 낮아질 텐데 그럴 기미는 조금도 없다. 오히려 세계화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멀리 중국, 미국, 유럽에서 물건이 배송돼 오는 일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확대되고 있다.
말로만 기후 위기를 걱정하면서, 위기가 이미 목을 겨누고 있는데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 음식과 패션, 더 먼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파괴적인 욕망을 마주할 때는 정말로 갸우뚱해진다. 현재와 같은 인류의 생활방식이라면 기후 위기 문제는 계속해서 악화할 것이고, 10년이나 20년쯤 뒤에는 이제까지 인류공동체가 유지해온 방향과 생활양식은 과거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정교해야 하고, 행동은 단호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두 번째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문제 해결 방식을 바꾸거나 포기해야 한다. 어떤 문제들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문제는 그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적당한 수준으로 물러서거나 포기하는 순간 인류의 운명은 끝나고 말 것이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