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마을형 타임뱅크의 적용가능성 / 이용연 |
| 2024년 07월 07일(일)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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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아직은 낯선 타임뱅크이지만 영국, 미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30여 국가에서 벌써 시행 중이다. 우리도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 마을자치에 대한 20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풀뿌리운동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임뱅크(TimeBank)는 에드가 칸(Edgar S.Cahn)이 1980년대 미국에서 제안했다. 이는 경제 양극화, 고령화, 공공시스템의 결함, 적자예산, 공동체의 와해 등 현대 사회의 가족과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시작됐다. 타임뱅크는 풀뿌리 마을공동체의 사회적 자본을 활성화해 이웃의 적극적 참여와 도움으로 돌봄 등 동네 생활 지원 서비스를 해결하고자 한다. 타임뱅크는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봉사에서 얻은 1점은 나중에 다른 사람의 1시간을 사는 데 사용하는 ‘타임달러’로 적립 계산된다.
타임뱅크는 사람들을 사회적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각각의 돌봄 행위는 호혜적 행위를 촉진해서 모든 거래관계로 사회적 자본이 구축된다. 곧 ‘쓸모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주장처럼, 돌봄 수혜자가 서비스제공자로 거듭 나 당당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적 존재감을 높여준다. 시장경제에서 소외되었던 취약계층이 자선의 대상이 아닌 도움을 주고받는 당당한 주체로 활동하게 한다.
현재 타임뱅크는 미국의 경우 약 500개의 타임뱅크가 등록돼 활동 중이고, 영국은 250개에 6천 개 조직이 참여하는 등 독일, 스페인,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활성화 되어 있다. 특히 영국은 외로움 담당 장관이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지역사회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구미사랑고리공동체’에서 알콜 중독자 모임, 호스피스 봉사 등 전문적 돌봄을 시행하다가 소외계층 노인돌봄 사업 등 지역공동체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전의 ‘청춘은행’는 지역사회 상호돌봄 플랫폼으로 타임뱅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복지관은 ‘사이시옷시간은행’을 운영해 복지관 사용자와 인근 주민의 서로 돌봄과 서로 배움을 연결하는 타임뱅크를 운영 중이다. 춘천 ‘지혜의 숲’은 은퇴 시니어를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으로 시작해 서로 배움, 서로 돌봄사업을, 가평 ‘샬롬자유교육공동체’는 대안중고등학교 학생자치회가 주도하여 대안경제 학습 과정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민자치회가 주도는 풀뿌리 마을돌봄모형이 서울 정릉2동, 부산 화명동, 잔포동 등에서 추진 중이며,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등 중간 조직도 관심을 갖고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광주는 올해 96개 주민자치회를 전환 완료해 전국적으로 주민자치를 선도해 오고 있으며, 이제는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가 손을 잡고 마을자치사업과 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개발하고 실천할 단계이다. 이러한 마을자치 시범사업 중 하나로 광주 통합돌봄사업과 연계하여 풀뿌리 마을형 돌봄사업의 타임뱅크 적용 가능성과 시범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구미시 등 선도적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코디네이터 등 운영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마을공동체 센터에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한 후 시범 동 주민자치회를 지정하여 단계적 도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