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운 쓰레기에 허리가 남아나질 않습니다” ●폭염 속 환경미화원 좇아보니 장은정 기자 |
| 2024년 07월 08일(월)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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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9시께 광주 동구 학운동 인근 주택가. 체감온도가 이미 29도를 넘긴 날씨 속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들이 거리 한 켠에 쌓여있는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고 있었다.
수거한 종량제 봉투는 이들이 타고 이동하는 쓰레기 운반 차량 뒷편의 수집 공간에 실렸다.
종량제 봉투를 모두 실은 뒤 환경미화원들은 차량 뒷자석에 타 잠시 숨을 고르다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차에서 내려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주택가 인근에 버려진 종량제 봉투들은 주로 20ℓ 규격이어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덜 나가 수거에 많은 힘이 들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요양병원 등 상가 밀집지역에 버려진 것들은 대부분 75ℓ여서 한 명이 들기 벅차 보였다.
특히 환경미화원들은 종량제 봉투에 배출 적정량을 표시하는 ‘선’이 있는데, 75ℓ 봉투의 경우 이 선을 넘기면 열에 아홉은 상한 규정 무게인 19㎏을 훌쩍 초과한다고 입을 모아 토로했다.
이보다 심각한 건 종량제 봉투 위에 일반 봉투를 올려 테이프로 칭칭 감아 같이 배출하는 경우인데, 엄연히 ‘불법’임에도 불구 현실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년차 환경미화원 서명균씨는 “용량을 초과한 종량제 봉투로 인해 허리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미화원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서씨는 “덧대진 종량제 봉투를 실을 땐 터지거나 찢어지는 경우도 잦은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며 “깨진 유리조각 같은 날카로운 물건은 종량제 봉투에 버릴 때 잘 감싸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폐기물관리법 제68조에 따라 종량제 봉투의 적정 용량을 초과해 버리는 행위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나, 배출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수거하지 않을 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기준치를 초과한 것들이라도 어쩔 수 없이 가져간다는 게 환경 미화원들의 설명이다.
동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그리네이처의 최남식 이사는 “기준치를 넘긴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계속되는 민원에 결국 다시 가져가야 해 일을 두 번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쓰레기의 무게도 환경 미화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지만, 그보다 더 힘들게 하는 건 악성 민원과 자신들을 괄시하는 시선이다.
이날 한 시간가량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다니는 동안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잠시 수거 차량이 정차하는 동안 뒷차량에선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환경미화원은 “좁은 골목이나 차량이 많은 곳을 지날 땐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이는데, 어느 날엔 지나가던 운전자가 “평생 쓰레기나 치우고 살아라”고 말해 큰 상처로 남았다”고 말끝을 흐렸다.
또 하루 종일 쓰레기를 만지다 보니 옷과 몸에 냄새가 배겨, 식당 이용조차 편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이사는 “근무 환경은 과거보다 나아졌으나 여전히 버려지는 무분별한 쓰레기들과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다”며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원했다./장은정 기자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