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맹꽁이 서식지 인근에 쓰레기·매연…대책 시급 광주시, 2022년 서구 화정근린공원 부지서 14마리 파악 울타리 등 조치 있으나마나…“보호 기준 모호 한계 여실” 주성학 기자

2024년 07월 16일(화) 20:13

광주 서구 화정근린공원 내 맹꽁이 서식지가 있지만 주변에 주차장이 조성돼 차량 매연이 서식지에 퍼져 맹꽁이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주성학 기자

광주시가 멸종위기생물인 ‘맹꽁이’ 서식지에 근린공원을 조성했으나, 실태 파악 외엔 보호 등 사실상 후속조치가 없다시피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행정 당국 역시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설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이 없는 상황이어서 제도 개선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서구 소재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를 활용해 10만7천606㎡ 규모의 ‘화정근린공원’을 조성, 지난달 2일 개방했다.

조성에 앞서 시는 건립 부지를 대상으로 지난 2020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는데, ▲포유류 2과 2종 ▲양서류 2과 2종 ▲파충류 1과 1종 ▲조류 9과 12종 ▲육상곤충류 20과 29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양서류에 법정보호종인 맹꽁이(멸종위기 2급)가 포함돼 있었다.

법정보호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서식지 파괴 등의 우려가 높아 국가가 법으로 특별히 보호해야 할 동식물을 지정한 것들을 말한다.

멸종위기 2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으로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함에 따라 장래에 멸종을 맞을 우려가 높은 야생 생물들로, 환경부가 지정한다.

성체 기준 몸 길이가 약 4.5㎝에 달하는 맹꽁이는 ‘쟁기발개구리’라고도 불리며 땅 속에 서식한다.

특히 피부 호흡을 해 유해 화학 및 오염 물질이 있는 곳엔 살 수가 없어 맹꽁이 서식 여부는 환경 건강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최초 환경평가에서 맹꽁이 서식을 확인한 광주시는 2022년 정밀조사를 실시해 화정근리공원 부지에 14마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시는 2023년부터 매년 10회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 서식지 환경 변화 및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모니터링은 오는 2025년까지 이어진다.

문제는 맹꽁이가 잘 살고 있는지 여부만 살필 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맹꽁이 발견 후 시는 이들이 한 데 모여 살도록 유도했고, 서식지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해 쓰레기 투기 방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화정근린공원 내 맹꽁이 서식지에는 플라스틱과 고철 등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고, 인근엔 주차장이 있어 차량에서 나온 매연이 서식지로 향하기도 했다.

이같은 실태에 대해 환경 단체에서는 맹꽁이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존위원장은 “맹꽁이는 피부로 호흡하기에 매연은 아주 치명적”이라며 “멸종위기동물을 한 데 모은 것까지는 이해되는 조치이나, 이후 보존 대책이 미흡해 보여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서식지에 버려진 쓰레기 등은 담당 용역 업체를 통해 처리하겠다”면서도 “멸종위기종 보호 관련 이렇다 할 기준이 없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