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자연의 맛’ 그대로 [‘푸드탐방’…유네스코 무등산권역 로컬음식](5)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무등산 수박’ TF 구성해 명맥 잇기 최선…기술 전수 준비도 문광배 총무 “일반 품종에 비해 재배 까다로워” 안태호 기자

2024년 07월 17일(수) 19:34

지난해 27㎏으로 최고 무게를 기록한 무등산 수박.

“조선 시대부터 이어온 무등산 수박의 명성을 살릴 수 있게 젊은 농부들에게 재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 명맥을 이어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무등산 아래 송강로에서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총무를 맡고 있는 문광배씨.

20여년 전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무등산 수박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수박 품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통의 무등산 수박은 5월 말께 심어 3달을 관리한 뒤 8월 중순께부터 수확을 시작해 늦으면 10월 초까지도 이어진다.

무등산 수박은 일반 수박에 비해 당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감칠맛이 오래 가는 등 ‘청정자연 맛’으로 단골 소비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성인병과 당뇨 예방, 해독작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초 지오푸드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오푸드’는 세계지질공원 지역향토음식 브랜드로, 지질공원 지역에서 재배하거나 생산된 농산물·음식·음료에 국제적 브랜드를 적용해 지질공원 식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공식협력업체다.

지오푸드 인증과 효능을 인정받았지만 현재 무등산 수박을 생산하는 농가는 문 총무를 포함해 8개 농가뿐이다.

수박 밭을 살펴보고 있는 문광배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총무

문 총무가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30여 가구이던 농가들이 키우기 어려운 무등산 수박을 대신해 다른 작물로 전환하거나 나이가 들어 농사를 포기하면서 20여년 만에 절반 넘는 농가가 줄었다.

청년 농업인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고 기존 농업인 역시 수박 대신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세심한 관리다.

무등산 수박은 개량 품종에 비해 데이터가 없고 햇볕이 너무 강해서도 안 되며 해마다 기후를 생각해 잎을 4-5 가져갈지, 간격을 어떻게 유지할지, 작은 충격에도 잎이 죽어 버리는 등 세심한 기술이 필요해 아무나 키울 수가 없다.

또 예년 3천통 정도의 수확이 가능했고 최고 30㎏ 이상 나가던 무등산 수박은 이상 기후 영향으로 지난해 최고 수박 27㎏, 1천900통밖에 생산되지 않아 농가 소득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한 광주시는 지난해 무등산 수박 육성 TF팀을 구성해 문제 해결을 위해 온 정성을 쏟고 있다.

광주시와 북구청, 농업기술센터, 광주농협,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등으로 구성된 TF팀 덕분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500통 정도의 수확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 총무의 앞으로의 계획은 후배 청년 농업인들도 무등산 수박을 키울 수 있도록 생산 시설 등을 기계화시키고 기술을 전수해 계속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문 총무는 “지역민들이 무등산 수박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현재 수도권으로 대부분 판매되고 있다”며 “7-8㎏의 무등산 수박은 기존의 수박 가격과 비슷해 오는 8월2일 무등산수박공동직판장을 찾아오면 마트나 백화점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등산 수박은 지역 특산품 1호로 조선 시대부터 있던 향토 수박인데 저희 농가 8명이 한순간 포기하면 이제 무등산 수박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수박을 지키자는 명인의 마음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고 TF팀과 함께 앞으로는 단지화와 생산 면적 확보, 기술 전수 등 후배 농업인들이 들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