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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어려움 / 조영서

2024년 07월 24일(수) 19:13

조영서 주월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마음을 울컥하게 한 글을 읽었다. 수학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가 서울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였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수학의 매력에 빠져 수학자의 길을 가게 된 그의 독특한 인생 여정이 담긴 글이었다. 수학자이지만 여느 수필가 못지않게 담백했고, 수학자였기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자신의 실패와 방황의 사이에서 겪은 경험과 생각을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해 마음에 와닿게 잘 풀어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듯 좋은 글은 개인을 바꾸고, 더 나아가 사회와 역사를 바꾼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기록을 통해 발전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혜를 점판에 기록했다. 후손들은 그것을 읽고 받아들인 후, 생각을 발전시켜 또다른 점판에 그것을 기록했다. 비단 지혜뿐만이랴. 그들이 기록했던 감정과 상상력은 수필과 소설이 돼 우리의 영감을 자극하고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때로는 복잡한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거나, 타인을 설득하기도 한다. 즉,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쓴 글을 돌아보니, 갈 길이 멂을 느낀다. 이것으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든다.

이는 필자뿐만도, 성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글쓰기가 어려운 지경을 넘어 두려움까지 되기도 한다. 알고 있는 것도 글로 쓰라고 하면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는 아이들이 많고 특히나, 자신의 글쓰기가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려움과 두려움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그렇기에, 체계적인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글쓰기에 대한 공포와 어려움의 해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글쓰기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육하원칙과 서론-본론-결론을 갖춘, 그럴 듯한 형식을 가진 글을 쓰는 것만이 글쓰기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140자의 미학’이라고 하던가. SNS의 글 하나를 작성하면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고,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수많은 변주를 가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글쓰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러한 활동과 글쓰기를 구분해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와 방식을 활용하여 글쓰기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경험한 일을 학급 소통망 등에 사진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글쓰기를 써내려 간다면 과정도 결과물도 훨씬 풍성한 글쓰기가 될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브레인스토밍 및 마인드맵은 글쓰기만큼이나 중요하다. 자유로이 생각을 쏟아내고, 그것을 연결시키거나 주제별로 유목화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추후 글의 구조를 잡는 연습을 할 때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다른 친구들과 협력하여 글을 작성하는 것도 좋다.

두 번째, 쓴 글에 대해선 되도록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앞서 글쓰기의 본질은 의사소통임을 강조한 바 있다. 글을 썼다면, 내가 의도한대로 상대방이 읽고 이해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고쳐 써야 한다. 글쓰기에 친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이 과정이 까다롭고 어려울 수 있으므로, 피드백 단계에서 교사는 앞서와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피드백이 실제로 아이들의 글을 더 낫게 만들었음을 아이들 스스로가 깨닫게 하는 것이다. 간혹 피드백을 마치 정답과 오답을 가리는 것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지적하고 거기서 그치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피드백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후속 조치에 더 큰 방점이 찍혀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글 쓰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그러니 너무 잘 쓰려 하지 말고 그냥 써보라고. 한 번에 완성되는 것만이 글은 아니다. 쓰고 또 쓰고,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써보는 것도 다 글이고, 글쓰기다. 고쳐쓰는 과정도 결코 헛된것이 아니다. 같은 내용도 언제든 상황에 맞게 고쳐 쓸 수 있다. 그렇기에, 부담 갖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그냥 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결과, 너희들의 구불구불한 글이 더 없이 마땅하게 딱 맞는 글이 되어 있을테니. 어려워 말고 두려워 말고, 우선 뭐든 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