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권 의대’ 배분된 ‘가치’를 같이 키워나갈 때다 / 위광환 |
| 2024년 07월 30일(화)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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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지역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배분하는 정치적 행위를 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에 의대를 설립해달라”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건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전남도에서 어느 대학에 신설할 것인지 정해서 알려주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대전제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공모로 의과대학을 선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전남도는 법적 권한이 없다며 공모 불참을 선언하고 교육부에 독자적으로 의대 설립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나눠가질 수 없는, 그래서 꼭 독점해야 하는 ‘가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남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87조7천억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8위를 차지했지만 지역 소득의 역외 유출은 18조9천억원으로 전국 2위로 나타났다. 역외 지출의 업종별 비중은 온라인 쇼핑을 포함한 유통업(54.4%)이 가장 높고 두 번째로 의료기관(12.8%)이 차지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역외 지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도 내 의사 수가 인구 1천명 당 1.74명으로 전국 평균 2.18명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광역단체 중 전남만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매년 약 70만명이 대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응급환자 전원율이 17.0%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2022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사고 사망 통계상 전남의 근로자 1만명 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인 ‘사망사고 만인율’이 0.69%로 전국 평균 0.43%를 상회한다. 이처럼 열악한 전남지역의 의료 체계를 바로 세우고 도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각계각층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신설을 정부에 건의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전남에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는 아무리 철저히 대비한다 해도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사고 후 신속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의료체계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 도내에 의과대학이 설립되면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의료기술을 연구하고 치료를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 의료서비스 혜택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수진, 의료진, 기술진 등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의과대학과 연계된 병원 및 연구소 설립 등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전남 청년들이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인구 유입의 효과도 가져와 궁극적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황금 같은 기회를 차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중차대한 이 시점에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기보다는 도민이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우리 모두가 의대 설립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공론의 장으로 나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할 때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그의 강연문인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의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강조했다. 정치에 나라와 지역의 운명이 달려 있고 정치의 ‘객관성의 결여’와 ‘무책임성’의 결과가 국민이나 지역민 다수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안겨다 줄 것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열정적인’ 정치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균형 있는’ 결론을 만들어 ‘배분된 가치’를 같이 키워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