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아, 나비가 되어 훨훨 날다’ 고 양계남 교수 1주기 추모전…오는 16일까지 조선대미술관 시기별 대표작·선후배 작품 선봬…연계 선묵회 회원전도 최명진 기자

2024년 08월 04일(일) 19:00

故 양계남 교수

지난해 8월4일 별세한 고 양계남 교수는 1976년부터 2009년까지 전남권 최초의 한국화 전공 여성교수로서 조선대 미술대 교수로 재직하며 작품활동과 후학 양성에 성심을 다했다.

보성 출신으로 조선대 미술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재 허백련 선생에게 14년 동안 사사를 받은 그는 의재 선생 예술세계를 기틀로 본인만의 예술관을 형성, 호남 남종화의 명맥을 이었다.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미국 콜롬비아 미주리대학교와 미국 뉴욕 포리테크닉대학교 객원교수로 연구활동을 하며 새로운 예술의 가치를 수용했고 8차례의 해외 개인전을 소화하며 방학 때마다 출국해 외국 대학 강의를 참관하며 서양 예술가·평론가들과 교류하는 등 작품세계를 넓혀갔다.

더불어 2004년에 월아미술상, 2005년에는 올해의 미술상을 제정해 창작지원금과 전시기회를 제공, 우수한 예술가를 양성하는 데 힘써왔다.

2010년 봄 정년퇴임 이후 2023년까지 조선대 명예교수로 꾸준히 발전 기금을 기부한 양 교수의 뜻을 이어 월아미술상은 지속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양계남 교수 1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흔적을 함께 기억하고자 모교인 조선대와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추모전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5일부터 16일까지 조선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월아, 나비가 되어’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유작 가운데 시기별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 60여점과 올해의 미술상, 월아미술상 수상자를 비롯한 선후배 작가들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양 교수의 화업을 돌아봄과 동시에 그와 삶의 발자취를 함께했던 이들의 애틋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다.

‘파라다이스’

1994년 작품 ‘파라다이스’는 작품구상에만 2년, 제작에 1년이 걸린 결과물로 문인화에 해와 달·불로초·학·구름·복숭아·사슴·연꽃을 얹은 천상의 인물 등이 등장한다. 배경으로는 난꽃을 그려 잔잔한 가운데 움직임을 연출했다.

‘회한 Ⅰ(悔恨 Ⅰ)’

2008년 제작한 ‘회한 Ⅰ’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스승인 의재 선생의 ‘효금도’를 모티브로 이를 더 구체화해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와 어머니의 세월을 동경으로 연출하고, 그 뒤로 모(母)자를 그림문자로 배치해 어머니를 향한 애달픈 마음을 담았다.

‘다 이루었습니다’

같은 해 제작한 ‘다 이루었습니다’는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를 의미하는 ‘피에타’를 표방한다.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행하고 마지막에 어머니 품 안에 돌아와 편안해진 예수를 그려보고 싶었던 그는 그림 곳곳에 나비를 배치했다. 이 중 빨간 나비는 예수 가슴에 난 상처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창조주 나비는 편안한 예수의 얼굴과는 달리 놀라움과 슬픔을 담은 어머니의 마음, 연민의 정을 상징한다.

이밖에도 전시에서는 한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12지상, 12지명의 한자로 유한과 무한의 세월을 이야기한 ‘有와 無의 사이’, 의재 선생과 양계남 등 4명의 제자가 합작한 ‘이양신성’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추모전과 연계해 선묵회 제37회 정기전도 열린다.

전시에는 양 교수 작품을 비롯해 20대 청년작가부터 70대 원로작가까지 역대 최다 인원인 56명 회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랫동안 선묵회 고문으로 활동했던 양 교수는 생전 ‘시와 노래 같은 그림들로 홍익인간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그의 뜻을 되새기며 선묵회 회원들은 ‘여린소녀, 애틋하게’를 주제로 선묵회의 수준 높은 한국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선아 선묵회 회장은 “고 양계남 교수가 미술계에 남긴 선한 영향력을 되새기고 추모하며 전시를 준비했다”며 “한국화에 대한 아낌없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