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투잡 two job / 장 재 |
| 2024년 08월 04일(일)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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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 왕국에는 켄타우로스 발소리, 머리 두 개 달린 목수도 살고 있다
왼쪽 어깨 우두둑 주무르는 소리, A4 용지가 먼지에 끼익 눌리는 소리, 자꾸만 나타나는 치목 치수에 들지 못한 토막들의 혼령, 슬픈 메아리로 돌아오는 긴 여운의 망치소리, 먹칼이 흩뿌린 판자에 밴 소리, 소리와 소리가 연출하는 저문 날의 뮤지컬, 나무토막에 쓴 또 하루의 편린, 연장보다 더 애지중지 챙겨왔지만 데칼코마니처럼 번져버렸거나 너무 흐릿하여 해독하기 어려운 밤
투잡 삶 겨울지라도 두드리는 키보드
(시조집 ‘만횡청, 보이는 것이 어디 전부랴’, 책만드는집, 2024)
[시의 눈]
시인들은 ‘숨비’와 ‘망치’처럼 합성되기 어려운 투잡의 겨운 일을 합니다. 시만 써서 살긴 힘드니까요. 농사와 함께 시를 쓰거나, 강의와 시를 병행합니다. 택배업을 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시엔 목재와 언어를 다듬는 목수시인이 등장합니다. 스스로 ‘켄타우로스’라 칭하지요. 톱밥 먼지를 털어내다 A4용지에 뜨건 시를 뱉는 프린터 혓바닥을 주목합니다. 칫수 밖으로 시는 중뿔나게 튀어나가지요. 토막 혼령은 돌아보지 않기로 합니다. 때로 망치소리와 자판의 비가 화음이듯 뮤지컬을 연출합니다. 하루의 편린을 나눠 갖는 투잡의 재미랄까요. 난, 한때 어머니가 하신 ‘시를 쓰면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뇌수 좀 그만 쓰고 자거라!’ 이 말씀 여러 번 들었네요. 회사일 겹친 투잡을 말리신건대, 아픈 치레의 건강 때문이었지요. 지금은 투잡 아닌 투액션을 합니다. 클래식 리듬에 키보드 가락을 싣거나. 커피를 마시며 호흡하듯 찔끔찔끔 글을 쓰니까요. 장재 시인은 고성에서 나, 1993년 경남시조백일장 장원, 1993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시조 논객’(2019), ‘하늘에 쓰는 목수일기’(2022) 등이 있습니다. 그는 서민의 애환을 담백하게 피력하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서는 먹칼 지르듯 날카롭게 풍자하는 목수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