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두통·불안 등 동반…증상·체질 따라 ‘맞춤치료’ 필요 ●불면 성인 30-40% 1년 1회 이상 경험…이 중 10-15% 만성불면증 음주 줄이고 잠 자기 직전 운동 피해야…견과류 등 수면 도움 정리=기수희 기자

2024년 08월 06일(화) 20:06

박혜선 동신대학교 한의학과 교수

‘밤에 잠이 안 와서 미치겠어요!’ 이런 고민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잠만 잘 자면 모든 병이 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하루를 다 망치기도 한다. 불면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박혜선 동신대 한의학과 교수를 통해 잠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본다.

◇불면(不眠)이란?

불면은 잠들기 힘들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반복적으로 깨는 것,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 다시 잠들기 힘든 것도 불면의 범주에 속한다.

최근 열대야, 스트레스 증가,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30-40% 정도가 한 해에 한 번 이상은 불면증을 경험하고, 그중 10-15% 정도는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불면증은 주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뿐 아니라 피로감, 두통, 불안감, 우울감과 같은 각종 증상들을 동반하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한다.

◇나이 따라 수면시간·패턴 달라

연령대에 따라 수면시간과 패턴이 달라진다. 나이 들수록 얕은 잠이 늘어나고 깊은 잠은 줄어든다. 총 수면시간 자체는 크게 줄지 않더라도 야간 수면이 줄고 낮잠이나 낮 동안의 졸음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는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면 변화일 수 있으니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불면과 잘 구분해야 한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하루 7-8시간의 수면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적정 수면시간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다음날 졸음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평균 평일 수면시간이 자신의 최적 수면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생리·심리·환경 등 요인 다양

불면증의 원인은 크게 생리적 요인,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불면증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평소 근육의 긴장도가 높고 긴장 뇌파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리적인 원인도 강하게 작용하는데,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잠을 못 자기도 한다.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강박 때문에 잠을 자기 더 어려워지며, 잘 때 시계를 계속 확인하는 행위는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마지막으로 잠을 잘 때 너무 덥거나, 시끄럽거나, 불빛이 있는 경우 수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사용하는 침구를 바꾸거나 커튼, 안대, 귀마개 등을 이용해 적절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의학에서 불면 치료는?

한의학에서는 불면을 허증의 심담허겁, 영혈부족, 음허내열형, 실증의 사결불수, 담연울결, 위중불화형의 6가지 유형으로 변증한다. 불면증에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두통, 머리가 맑지 않고 무거운 것, 불안과 초조, 우울감, 소화장애와 같은 증상들이 동반되기도 하며, 각각의 증상과 맥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시행한다.

불면증에 대한 주요 치료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등의 약물요법과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요법이 있다. 약물치료는 불면증의 만성화를 막고 단기적인 불면 관리에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정상적인 수면 단계에 변화를 가져와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고 주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며 약물의존성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침, 한약, 마음챙김 명상, 향기치료, 이완요법, 기공운동 등의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간울화화, 담열내요, 음허화왕, 심비양허, 심담기허 등의 변증유형으로 구분돼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귀비탕가감, 온담탕가감, 산조인탕, 소요산가감, 혈부축어탕 등의 한약을 투여한다.

수면을 유도할 수 있는 기공요법으로는 발바닥을 마찰하는 용천혈 자극법, 진기가 몸에 흐르는 것을 상상하는 경락수면법, 단전에 집중하는 명상법,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내버려 두는 의식무념법 및 호흡이완법이 있다.

◇불면 예방 생활습관·도움 되는 음식

불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수나 음식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커피, 콜라, 홍차나 녹차, 초콜릿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만약 먹게 되더라도 오후나 저녁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고 있다면 음주량을 줄여야 한다. 알코올에는 진정 효과가 있어 잠이 오지 않을 때 술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술을 마시면 잠을 깊게 잘 수 없으며 술에 의존하게 되면 건강한 수면 습관을 망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다만 잠들기 직전 운동은 우리 몸을 각성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침실은 가급적 조용하고 어둡게 조성하고 적당한 온도 유지가 필요하다. 너무 춥거나 덥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되 약간 쌀쌀한 정도가 좋다.

배가 고파서 잠들기 어렵다면 치즈, 땅콩, 우유, 바나나 등의 음식을 소량씩만 섭취하고, 시계나 스마트폰은 가급적 보지 않아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자꾸 시간을 확인하면 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불안해지고 잠들기 어려워진다.

만약 잠을 청한 뒤 1시간 이상 지났는데도 잠들지 않는다면 굳이 애쓰지 말고 지루한 책을 읽거나 지루한 일을 해보면서 다시 누워 잠을 청해보자.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견과류(아몬드, 호두, 땅콩) ▲허브티(라벤더, 캐모마일, 패션플라워) ▲바나나 ▲체리 ▲상추 ▲우유 등이 있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