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칼럼]교통사고 후유증에 골든타임 / 곽희호 |
| 2024년 08월 08일(목) 08:36 |
|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일생에 최소 한 번 이상 교통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약 35.2%라고 한다. 국민 3명 중 1명은 교통사고를 경험한다는 뜻인데 이 수치는 암이 나타날 확률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특히 요즘같은 여름 휴가철과 가을 추석 기간에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져 늘어나는 교통량에 따라 교통사고 건수도 증가하게 되는데, 지난해 경우 1·2월에 비해 8·9월에 교통사고 건수가 1.3배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교통사고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대부분이 사고가 난 당일이 아닌 1-2일 정도 지나고 나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 당일에는 놀란 상태이며 사고접수, 보험처리 등 신경쓸게 많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정작 본인의 몸에는 집중하기가 힘들다. 또한 자동차 충격으로 인해 몸의 안정화를 담당하는 대근육들이 영향을 받아 묵직하게 굳고 순환이 막혀 감각을 못느끼면서 통증이 약하거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고 시점부터 1-2일 지나고 나면 사고 수습이 끝나 몸에 집중을 하게되며 묵직하게 굳은 근육들이 서서히 풀리고 이제서야 통증이 올라오게 된다. 이를 ‘지연성 통증’이라 부르는데 교통사고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지연성 통증은 시간이 지나며 악화되기 때문에 교통사고 직후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꼭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 48시간 내에 초기 치료를 받는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
교통사고 환자들은 목, 등, 허리, 어깨, 고관절 등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그 중 목 통증을 가장 자주 호소한다. 자동차 좌석에서 벨트를 맨 상태로 후방에서 충격을 받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를 가정해보면, 등허리에 해당하는 흉요추부분은 좌석에 밀착돼 충격으로 인해 크게 움직이지 않지만 목에 해당하는 경추는 고정이 되지 않아 앞뒤로 불안정하게 흔들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근육이나 인대의 연부조직 손상이 야기되는데, 이를 ‘편타성 손상(Whiplash associated disease; WAD)’이라고 부르며 교통사고 환자들 중에서 흔히 보이는 경추통의 원인이 된다. 저속의 접촉사고라 하더라도 경추에 가해지는 충격의 강도는 중력의 5-10배 정도가 될 수 있으니 교통사고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한방·양방 협진을 시범사업 중인 한방병원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통합적인 치료를 시행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조직 손상을 회복하도록 돕고있다. 기존에 앓던 통증이 있던 환자들은 사고 후 불편감이 악화될 수 있으니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 우선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 영상 진단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검사해 손상 정도를 파악한다. 영상검사로 확인된 틀어져있는 경추는 추나요법으로 교정을 해주고 침·약침치료, 한약치료 등을 통해 사고로 생긴 어혈을 제거하고 근육 긴장을 해소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치료에 집중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교통사고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통증을 개선해야 한다. 한방·양방 통합치료와 함께 안전한 교통생활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