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메달 순위와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 박남기 |
| 2024년 08월 08일(목)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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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차츰 우리 선수들에게도 유리한 새로운 종목이 추가되고 메달 수도 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도입된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을 들 수 있다. 양궁도 우리의 메달밭이 되고 있다. 그외에도 태권도를 포함해 우리 선수들에게도 유리한 종목이 추가되면서 금메달 획득이 용이해졌다. 이제는 체격이 서양인처럼 커지고 있고, 국력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선수 육성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상위권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제 3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 중에는 강자 중심의 올림픽 메달 종목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과거의 나처럼 분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IOC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국가 메달 순위를 확인할 수 없다. “올림픽은 개인과 팀이 경쟁하는 대회”라며 “메달 집계는 국가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국가별 순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각국 언론은 스스로 기준을 세워 메달 집계를 발표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금메달 개수를 기준으로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전체 메달 개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발표한다. 미국 언론은 메달의 가치는 같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그렇게 집계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할 때 미국의 순위가 올라가는 측면도 반영하고 있다. 야후 스포츠는 ‘메달 점수제를 도입해 금메달 3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 식으로 포인트 순위를 매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별 메달 수를 해당 국가 인구수로 나눠 순위를 발표하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는 곳도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구수가 작은 나라들이 종종 최고의 순위에 오르며 그들에게도 희망을 주겠지만 1위 국가 순위는 요동칠 것 같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때 인구당 메달 수 1위 국가는 동메달 1개를 획득한 리히텐슈타인이었고, 2016 리우올림픽 때 1위는 은메달 1개를 따낸 그라나다였다.
금메달 개수, 전체 메달 개수, 메달별 가중치 점수(금 3·은 2·동 1), 인구당 메달 개수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대세는 금메달 개수인 것 같다. 하지만 기록상 별 차이도 없는 은메달과 동메달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너무 낮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올림픽이나 다른 세계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서도 기쁨이 아닌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우리 선수들이 종종 뉴스에 보도된다. 그 엄청난 위업을 달성하고서도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금메달이 주는 의미와 심리적 물질적 보상이 은메달과는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정신(스포츠맨십)의 4가지 요소는 좋은 자세, 승리 의지, 형평성, 공정성이다. 경쟁과 승리를 중시하는 엘리트 중심의 현실 스포츠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포츠정신이 제시됐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 덕에 인류는 보다 재미 있는 스포츠 세계를 만끽하게 됐다. 스포츠정신에 포함된 ‘공정’은 인간이 만든 가치이다. 비록 경쟁을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지만 인간은 늘 더 나은 세상을 꿈꿔왔다. 공정한 경쟁은 인간의 미래를 밝게 하지만, 부정한 경쟁은 인간 세상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공정한 경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정한 분배까지를 우리 사회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구현한다면, 메달 획득 선수와 참가한 선수 모두를 기리는 스포츠 제전이 된다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에서 벗어나 세상은 더욱 살만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