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인선생의 역경 강좌](210)육십사괘해설:60. 수택절(水澤節) 上 “절 형, 고절 불가정”〈節 亨, 苦節 不可貞〉 |
| 2024년 08월 15일(목) 17:16 |
|
절에는 나아가는 것을 멈춰 제어하는 의미가 있으니 잡괘전에서는 ‘절지야’(節止也)라 해 절은 멈추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사람을 미끼, 뇌물, 감언(甘言) 등으로 유혹한다고 해도 멈춰서 끌려가지 않는 것이 절의 멈추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니 절조(節操), 정절(貞節)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절괘의 상은 못 위에 물이 있는 모습으로 못이 물을 담을 수 있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으니 절제의 상이다. 태(兌)의 연못 위에 감(坎)의 물이 넘실거리지만, 이 물을 끌어내 관개용수로 쓰면 연못에 가득찬 물은 너무 넘치지도 않고 너무 새어 나가지도 않게 조절할 수가 있다. 또한 대나무의 마디는 자기 멋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길이를 단위로 해 간격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조절돼 있다.
절괘를 환괘 다음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환이라는 것은 떠나는 것이니 사물은 가히 끝까지 떠날 수 없다. 그러므로 환괘 다음에 절괘로 받는다’고 해 ‘환자이야 물불가이종이 고 수지이절’(渙者離也 物不可以終離 故 受之以節)이라 말한다. 즉, 기쁨의 끝에 나태해져서(兌) 사람이나 물건이 흩어졌으면(渙) 이번에는 절약(節約), 절검(節儉)하는 것으로 이를 보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를 말하고 있다. 절의 호괘에는 태진간(兌震艮)이 있어 기뻐 움직이면 절제가 필요하다.
절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는 상층부 감괘는 오랜 투쟁과 이전투구로 인해 힘이 빠져 늘어져 쉬고 있고 하층부 태괘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모에게 전혀 여유가 없는데 자녀들은 기뻐하면서 소풍이나 여행을 가자고 조르는 형상이다. 즉, 상층부 부모는 힘이 없고 어려움에 빠져 있어 그럴만한 여유와 여력이 없으니 규율과 절제있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절괘’(節卦)라 한 것이다.
상하괘 간의 상을 살펴보면, 배가 나아가나 바람은 멈춰 쉬고 있는 선행풍식지과(船行風息之課)의 상이고 홀로 외로이 진흙탕 속을 걸어가는 고보니중지상(孤步泥中之象)이며, 겨울 추위와 여름 더위가 모두 자기 때가 있는 한서유절지상(寒暑有節之象)이고 함정을 파 놓고 스스로 함정에 떨어지는 작정자운지의(作穽自隕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상전에서는 ‘못 위에 있는 것이 절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수리와 제도를 제정하고 덕행을 의론하는 것’이라고 해 ‘택상유수 절, 군자이제수도 의덕행’(澤上有水 節, 君子以制數度 議德行)이라고 말한다.
즉, 군자는 절괘의 상의(象意)에 따라서 택중(澤中)에 물이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하게 있는 것과 같이, 만물에 있어서도 그 분수에 맞는 숫자와 제도(法度, 坎水)를 만들어 지키고 덕에 있어서도 행동의 절을 잃지 않도록 의론(議論, 兌澤)하는 것이다. 이를 단전에서는 ‘열이행험’(說以行險)이라고 말해 ‘기뻐함으로써 험한 데로 나아가 행한다’고 한다.
수택절괘(節卦)의 괘사는 ‘절 형, 고절 불가정’(節 亨, 苦節 不可貞)이다. 즉, ‘절괘는 형통하다. 지나치게 절제해서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절은 나태함이 흩어져서 나아가는 것을 제어해 절조(節操)를 지키는 것이니 이것이 형통을 얻는 길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까닭은 단전에서는 절괘는 삼양삼음괘로 태괘(泰卦)를 기초로 해 변한 괘로 보고 절형(節亨)할 수 있는 것은 ‘강과 유가 삼효씩 나눠 있고 강이 득중했기 때문’이라고 해 ‘절형강유분이강득중’(節亨剛柔分而剛得中)이라고 설명한다.
|
즉, 태괘(泰卦)가 음양이 교차해서 내괘 건(乾)이 강(剛)에 기우는 것을 제어하고 외괘 곤(坤)이 유(柔)에 기울어지는 것을 조절해 강중(剛中)을 가지고 지나친 데가 없기 때문에 절은 형통하다고 한 것이다.
이어서 단전은 ‘기뻐함으로써 험한 데로 행하고 위치가 마땅함으로써 절하며 중정으로써 서로 통한다’고 해 ‘열이행험 당위이절 중정이통’(說以行險 當位以節 中正以通)이라고 말하고 있다.
절이란 참으로 행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태(兌)의 기쁨을 가지고 감(坎)의 어려움을 극복하며(節以行險) 구오가 중정(中正)으로써 미치지 못한데도 없고 너무 지나친 데도 없이 절(節)의 도(道)에 마땅하며, 물이 잘 통하는 것과 같이 잘 절제해서 지체하지 않고 행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절이 형통한 것은 절제해서 정절을 지킨다는 것이지만 제어하는 것에만 너무 치우치면, 예컨대 연못의 넘실거리는 물을 가둬 놓기만 하고 농사짓는 것에 사용하는 것을 멈춘다면 그것은 절제 때문에 막혀 고통이 되고 고절(苦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고절은 올바른 절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고절이 바르지 못한 것은 절의 도가 궁하기 때문’이라고 해 ‘고절불가정 기도궁야’(苦節不可貞 其道窮也)라고 말했다. 고절은 절제가 지나친 것이다. 지나치면 병이고 흉이 된다.
천지자연의 경우에도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있고 그 운행에 조화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역시 정치를 행할 때에는 도를 제어하고 사치를 절제하며, 방만함을 경계해서 재물을 잃는 일을 방지하고, 궁박하게 함으로 인해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천하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절의 도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 바로 ‘천지절이사시성 절이제도 불상재 불해민’(天地節而四時成 節以制度 不傷財 不害民)이라는 것이 단사의 내용이다.
점사(占事)에서 무동(無動)의 절괘를 만나면, 먼저 지천태(地天泰)의 오효와 삼효가 교역하여 절괘를 만든 것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한다. 즉, 태(泰)가 치우치려 하는 것을 절(節)에 의해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운기, 운세나 건강은 물론, 나아가 경제적인 판단 등에 있어서도 몸이 쇠하는 것을 절제해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점고해야 한다.
또 하나의 관괘법(觀卦法)은 절괘는 택수곤(澤水困)의 내·외괘가 위치를 역위생괘(易位生卦)한 관점에서 점고해 곤(困)은 택 안에 있는 물이 아래로 빠져서 괴로운 것이지만, 절(節)은 택 안에 물이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하게 차 있는 상으로 곤(困)의 고통에서 해방돼 안심과 평온함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절괘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절약, 절조 등이 필요함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므로, 현재는 부절제나 부절조, 부절검하기 쉬운 상황이니 이를 경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적당한 정도에 멈추어 분수 이외의 일은 손대거나 입 밖에 내지 말고 망동(妄動)해서는 안되며 섣불리 고집하지 않는 것이 대처법이다.
대인관계 등에서는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정(情)을 주게 되면 스스로 절(節)의 도(道)에서 벗어나 화(禍)를 범하게 되니 이를 주의해야 한다.
운기, 운세에 있어서도 절도를 가지고 있으면 평온하나, 지금은 적절함을 지키기 어려워 유혹에 빠지거나 망설이는 일들이 많으므로 만사에 장애가 있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때이다. 바라는 일이나 지망(志望)은 절제되고 있기 때문에 금방은 통달이 어려우니 때를 기다려야 하고 작은 일은 길하다.
사업이나 계획 등은 너무 무거워서 좀처럼 나아가기 어려우니 대나무의 마디처럼 한 단위씩 정리해 나아가야 하고 금방은 발전할 기미가 없다.
작은 일은 이뤄지기 쉽고 이익을 얻지만 큰일은 장애가 많고 예측이 안돼 나아가기 힘들다. 교섭, 담판, 거래 등은 너무 유약(柔弱)하거나 절제를 지키지 못해 나아가는 것이 더디고 통하지 않는다. 또한 욕심으로 인한 부절제로 자기가 판 구멍에 빠진다. 주소, 거소는 멈추는 것이 무난하고 이전하려 해도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한다.
|
물건의 가격은 낮은 가격에서 유지된다. 혼인은 절제를 필요로 하니 좋은 인연이다. 잉태는 절제를 가장 필요로 하고 음식물과 부부생활의 절제를 지켜야 한다. 산기(産期)는 조금 늦어진다. 병은 절제를 깨고 악화의 위험이 있다. 태를 입, 감은 물이니 구토를 동반하고 감고(坎苦) 속에 갇혀 고질화될 우려가 크며, 대개는 오래 끌고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리는 일은 도중에 방해가 있어 기대한 바대로 되지 않고 가출인은 정교(情交) 등을 이유로 절제를 모르고 나갔다. 나아가서 감(坎)의 주효가 돼 고생하고 있어 돌아오기 힘들며 혹은 곤(坤)에 둘러싸여 어머니나 여자의 집에 숨어 있다. 분실물은 물에 빠져 잃어버렸거나 도둑을 맞아 찾기 힘들다. 날씨는 오랫동안 비가 온다.
<동인 도시계획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