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프레임 너머를 꿈꾸다 / 공화순

2024년 08월 18일(일) 19:39

할 말을 삼켰더니 헛배가 자꾸 나와
원숭이처럼 흉내 내다 지나친 들꽃처럼
놓친 걸 주워 담으려 꼭 쥔 손을 놓았지

모과나무 빈 가지에 바람이 기대서고
빗물이 창밖에다 가로줄을 긋는 밤
지난날 조롱하듯이 은행잎이 쌓인다

내 프레임 바깥은 얼마쯤 신선할까요
저녁 내 덫에 걸린 내일이 헐떡이는데
비좁은 파인더 안에서 갇힌 몸이 깜박인다
(시조집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상상인, 2024)

[시의 눈]

1995년 6월 개봉한 멜 깁슨 감독의 ‘브레이브 하트’가 생각납니다. 1200년대 고대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해 오래 싸우다 함정에 빠진 윌리엄 월레스는 결국 생포됐습니다. 잉글랜드 왕 룽생크는 ‘자비’를 빌라 강요했지요. 그는 끝까지 자비를 삼켰습니다. 혹독한 고문으로 혼미해져 ‘자유’란 말을 놓칠 뻔했습니다. 목을 죄는 고문도 그에 붙은 자유를 벗겨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비굴한 ‘자비’ 대신 힘껏 ‘자유’를 외치며 단두대 프레임에서 튀어올랐습니다. 오늘 산책길에, 연신 땀을 닦다가 푸른 달개비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모과나무’ 스친 바람의 풍경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 여름을 빠져나올 ‘프레임 바깥’이 궁금하군요. ‘비좁은 파인더 안’에도 자유이듯 틈새 하늘빛이 보입니다. 형틀 위 월레스처럼, 숨통 죄는 땡볕 사슬을 끊고 ‘은행잎’이듯 나폴나폴 ‘자유’가 날아오릅니다. 하면, 벌판으로 가야겠지요. 지난 태양의 검붉은 문신을 지우고, 푸른 자유의 본래 살을 찾고자 합니다. 그래, 훌쩍 종아리를 일으키지요. 공화순 시인은 경기 화성에서 나, 201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시조집 ‘모퉁이에서 놓친 분홍’(2018)를 냈습니다. 그는 사물에 대한 평범한 정서를 넘어 사회적 상상력에까지 확대해 가는 이미지스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