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한 물성에 투영된 또다른 세계의 서사 기슬기·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전시…내달 6일까지 서울 북촌 휘겸재 최명진 기자 |
| 2024년 08월 19일(월)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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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거리는 물 표면 위로 사람 형상이 두둥실 떠오른다. 동일한 대상과 위치, 앵글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지닌다. 날씨 변화로 물 표면에 비친 하늘과 풍경이 달라지고, 물결의 형태에 따라 반영된 이미지는 왜곡된다. 카메라는 이러한 순간적인 이미지를 포착하고 객체화한다. 물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배경의 하늘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기슬기 작가의 ‘프라이멀 셀피 primal selfie’ 시리즈다.
기 작가는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와 함께 다음달 6일까지 서울 북촌 휘겸재에서 열리는 기획전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한국 차세대 유망작가 7명 중 한명으로 참여해 이번 시리즈를 선보인다. 기 작가를 비롯해 람한·신교명·오제성·윤향로·이병호·한석현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전속작가제’ 지원사업 중 일환이다. 시각예술 작가의 지속적인 창작활동 지원은 물론 화랑이 유망 작가를 발굴·육성할 수 있는 선순환적 환경 구축을 목적으로 2019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시각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융합을 드러낸다.
전시작들은 경계와 관계의 변동성을 표현하며,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의존성과 복잡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서사를 상상하게 한다.
기 작가는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삼고 사진의 재현성과 그 한계에 대한 탐구를 책과 비디오, 설치 형태로 확장해오고 있다. 그는 몸짓과 언어 그리고 이들 사이의 충돌에 깊은 관심을 두고, 사유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대체물들을 찾아 조합한다. 보이는 것들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시간의 흐름을 역전시키고 공간을 이동시켜 관람자의 사고 흐름을 조율한다.
작가의 사진은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남아있는 증거로 기능한다. 그의 사진들은 관람자가 대상을 보편적인 정의와는 다르게 해석하도록 유도하며, 그와 연관된 다양한 개념들을 떠올리게 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작품의 한 화면 속에는 ‘반영’, ‘실재’, ‘투영’ 세 층위가 중첩돼 나타난다.
먼저 물 표면에 비친 내 모습과 그 배경이 되는 하늘과 주변 풍경이 반영되고, 그다음으로는 물 표면에 미묘하게 떠있는 나뭇가지와 먼지 같은 부유물, 그림자들이 실재한다. 마지막으로는 물속을 통해 보이는 흙과 모래, 풀 같은 침전물과 물의 흐름, 그리고 굴절된 빛이 투영된다.
이렇듯 카메라는 물을 사진의 피사체로 삼아 물의 표면과 그 표면에 반영되는 이미지, 그리고 투명한 물성으로 인해 그 속까지 훤히 드러나는 물의 실체성에 초점을 맞춘다.
정현주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관장은 “기 작가는 지난해 ‘하늘 아래 두 개의 망막과 하나의 렌즈’, 지난 5월 ‘우리: ‘소년이 온다’를 읽다’ 전시를 통해 다층적이고 밀도 높은 사진 작업으로 광주에 소개된 바 있다”며 “관람자는 작품을 통해 바로 저 건너편 깊은 곳에서 자신을 향해 주시하는 작가의 일렁이는 모습과 조우하며 거울처럼 ‘반영’되는 또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